'문제아 집합소'아닌 '미래형 학교' 인식
'민간 위탁' 이유 명심…경청·지원 먼저

한국 최초의 공립 대안학교는 2002년 개교한 경기대명고다. 몇 가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아 2010년 전국 최초의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 태봉고가 문을 열었다.

태봉고의 개교는 '공립 대안학교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실제 지난 몇 년 동안 전국의 많은 시·도 교육청에서 공립 대안학교의 설립 의지를 보이면서 태봉고를 다녀갔다. 태봉고 개교 당시 공립 대안학교는 3개교였는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18개교나 된다. 지난 8년 동안 6배로 증가했다.

나아가 2016년 6월 교육부는 '민간 위탁형 공립 대안학교'를 추진하기 위하여 공모사업을 추진했다. 학교의 시설과 재정은 국가가 다 지원해주고 '민간 대안교육 전문가'에게 학교경영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임기 3년에서 5년 동안 교육감과 계약을 맺고 학교경영 성과를 평가한 다음 그 계약을 유지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부의 이 공모사업은 기대했던 만큼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전국 17개 시·도 5개 권역에 5개 학교를 선정하여 각각 40억 원씩 설립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1차 공모와 2차 추가 공모를 거쳐 최종적으로 강원, 대구, 전남에서 각각 1개교, 경남에서 2개교가 최종 선정되었다. 김해 (가칭)금곡고등학교와 남해 (가칭)보물섬고등학교가 그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경남에서는 도의회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지역주민들의 반대 민원도 있었다. 어쨌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제 비로소 전국의 '민간 위탁형 공립 대안학교'는 개교 준비에 들어갔다. 빠른 곳은 2018년, 늦어도 2019년에는 5개교가 모두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그런데 모든 공립 대안학교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새로운 학교를 열었지만 대부분의 공립 대안학교들은 학생 정원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많이 쏟아 부어도 학생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새로운 학교를 열었는데도 학생은 가고 싶지 않고 부모는 보내고 싶지 않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또 이런 시행착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이제 새롭게 출범하는 '민간 위탁형 공립 대안학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학교운영 철학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대안학교는 '문제아 집합소'가 아니라 교육본질을 찾는 '미래형 학교'다. 너도나도 서로 가고 싶은 '행복 학교' '꿈의 학교' '삶의 학교'다. 대안학교는 문제아 학교라는 고정관념을 깨지 않는 한 앞으로 그 어떤 형태의 대안학교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대안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교육부 관료들부터도 대안학교를 '문제아 수용소'로 취급해오지 않았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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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전국의 시·도 교육청 관료들도 공모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고, 또 대안학교 설립 부지로 지정된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불안해하며 반대 민원을 제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주민들을 탓하기 전에 교육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우리들부터 무엇을 놓쳤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특히,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담당 '공무원'들은 왜 공립 대안학교 앞에 '민간위탁'이란 말이 붙었는지를 명심해야 한다. 관리 감독이 아니라 경청과 지원이 먼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함께 마주 앉아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과제가 태산 같다.

겸손하게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며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가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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