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취직하기 힘든 때 공무원들의 인기를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한다. 공무원들을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여 큰 잘못이 없으면 한평생 직장을 보장하는 흔히들 '철밥통'이라고 부른다. 공무원 시험의 비율이 몇십 대 일은 예사이고 백 대 일이 넘는 직종도 있다.

취직을 준비하는 백수가 백만 명이 넘어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공무원 11만 명을 신규로 채용한다는 뉴스가 백수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학 졸업을 하기 전에 학교 공부는 제쳐놓고 취직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대학의 정상적인 커리큘럼 같았다. 그것도 단번에 합격하기는 고시패스 수준이고 만약 낙방을 하면 졸업 유예를 두세 번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어렵게 공부하여 합격한 우수한 인재들이 경력이 쌓일수록 우둔해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공무원 조직을 '지각적 사고능력이 경직되고, 자기의 우둔함을 의식 못하고, 때로는 구제받을 수 없을 만큼의 무능한 조직'으로 보는 익살스럽고 자조적인 표현도 하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공무원의 숫자는 업무량이나 업무의 경중에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늘어난다고 했다. 정부 조직도 정권 초기에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고 했다가, 정권 말기에는 공무원 수가 정권 초기보다 늘어나는 게 상례다.

여기에 상응하는 피터의 법칙(조직의 상위 직급은 무능한 인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이론)은 조직에 속한 사람들 즉, 공무원들은 자기가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을 말하는데, 다시 말하면 조직 내 특정 분야의 일을 잘하면 그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게 되고, 다른 분야까지 담당하게 됨으로써 직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능률과 효율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최종적으로 무능력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고 한다.

실례가 될는지 모르지만 공무원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 중에 컴맹이 많으며, 일상생활의 가장 기본인 텔레뱅킹 또는 스마트폰의 사용도 서툰 사람이 많다. 이것은 CEO 자리에 앉기까지 온갖 노력을 했지만, 어느 정도의 자기 위치를 찾게 되면 자기의 업무를 비서나 하급자에게 위임하다가 결국은 무능력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성공을 위해 자신의 잠재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거나 능력 이상의 것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피터의 법칙에서는 자기 능력과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에 멈추기를 권장한다. 그래야 무능력 수준에 도달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공무원 사회에 살아남아, 즉 완전한 철밥통이 되기 위해서는 책임을 지는 자리에 있을 때는 결단을 피하고, 말썽이 있을 경우는 남에게 일을 위임하고, 맡은 일이 의심스러울 때는 머뭇거리면서 위기를 모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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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같이 정권 초기에 나라가 정신없이 돌아갈 때에는 철밥통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국정농단은 정권의 말기나 철밥통들이 복지부동일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국정농단은 철저한 관료제도의 산물이다.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주체는 멀쩡한 전문가들과 무능하고 철밥통과 같은 공무원들이다. 국가의 성공과 실패는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우수한 공무원들이나 인재들이 없다고 탄식을 하는데, 사실은 인재들이 없는 것이 아니고 알아보지 않고 적재적소에 활용을 못하는 것이다. 인재를 잘 활용하고 갈등을 해결하여 복지부동의 철밥통에게 신바람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선도적 역할을 할 인재로 키워나가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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