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장소 사전 답사하고, 차량 번호판 위조해 사용
현금 인출 땐 신분 바꿔

창원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일어난 40대 납치·강도·살인사건이 치밀한 계획에 따라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밝혀진 경찰 수사 상황을 종합하면 납치범들은 범행 장소를 미리 물색하고 답사했으며,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가짜 번호판과 위장하기 위한 가발도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잡힌 납치범 ㄱ(29) 씨와 달아난 ㄴ(31)·ㄷ(여·36) 씨는 창원·고성·진주지역을 돌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ㄱ 씨와 ㄴ 씨는 육촌 형제, ㄴ 씨와 ㄷ 씨는 연인 관계인데, 범행 계획은 서울에 사는 ㄱ 씨가 창원에 온 지난 10일 전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한 차량 이동경로를 확인한 결과 이들이 창원·고성·진주 등을 돌며 범행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오후에는 피해자를 납치한 골프연습장에 다녀간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납치범들이 범행 당일 밤 피해자를 살해했을 것으로 보이는 고성군 국도변 폐업 주유소 역시 미리 파악해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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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장소로 골프연습장을 정한 것도 미리 계획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도주한 피의자 두 명 모두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한 적이 있는데, 돈이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로 골프연습장을 선택한 셈이다. 범행 당일 3명은 주차장에 숨어 있다 혼자 고급 외제차를 타고 들어오는 여성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점찍고 3시간 넘게 기다렸다 납치했다.

이들은 범행에 사용할 도구도 미리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과 도주 과정에서 가짜 차량 번호판 두 개를 사용했다. 이는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한 것이다.

이들은 창원에서 지난 24일 범행 당시 사용한 차량에 위조한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진주, 전남 순천, 광주까지 이동하면서 미리 훔쳐놓은 번호판으로 바꿔 달았고, 26일 함안으로 돌아올 때는 원래 번호판을 붙였다. 훔친 번호판은 범행 9일 전인 지난 15일 분실 신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납치범들은 피해자에게서 빼앗은 카드로 현금 480만 원을 인출했는데, 광주의 한 은행에서 현금을 뽑을 때 여장을 했을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CCTV에 찍힌 ㄱ 씨는 가발을 쓰고 화장한 여성의 모습이었다. 경찰은 ㄱ 씨가 "이렇게 하면 안 잡힌다고 시켰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이는 은행 내 CCTV에 모습이 찍히더라도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다.

경찰은 단순 납치·강도·살인이 아닌 청부나 원한 등에 의한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범행 경위와 동기 등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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