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폐기 두고 조·중·동, 비용·비전문가 결정 등 딴죽
시민참여 환영한 진보진영 "사회 공론화 긍정적" 대조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와 신고리 5·6호기 공사 잠정 중단·공론 결정으로 집약되는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이 보수세력과 관련 업계의 총체적 저항에 부닥쳤다.

그 중심에는 평소 핵발전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온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이 있으며, 원전 위주 에너지 정책의 주역이자 새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두 보수정당이 있다.

비판의 핵심은 일단 '비용'이다. 〈중앙〉과 〈동아〉는 28일 자 신문에서 "1조 6000억 원(공사비) 투입해놓고" "2조 6000억 원(공사비+주민보상비) 들인 공사"임을 강조하며 신고리 중단에 딴죽을 걸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유섭(한국당) 의원은 탈원전·탈석탄 시 전기요금이 가구당 31만 4000원 폭등하고 신고리 5·6호기를 타 발전으로 대체하면 4조 6000억 원이 추가로 든다는 자료를 잇달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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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안에 있는 고리원전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영구정지 터치버튼을 누르며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성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은 '원자력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그는 22일 비대위 회의에서 "원전 독자설계와 건설·운영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원전 인프라 수출에 노력해왔고 성과도 많았다"며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산업을 무너뜨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물론 만만치 않다. 전기 사용량이 가장 많은 여름철에도 전력예비량이 20%에 달하는 현실에서 '요금 폭등설'이 과연 타당한지, 무엇보다 온 국민의 안전을 위한 미래지향적 결단에 비용이나 경쟁력을 앞세우는 게 적절한지 짚어야 할 점이 많다. 문 대통령이 19일 '탈핵 선언'에서 밝혔듯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가는 참혹했다. 피해 복구에 필요한 예산만 무려 220조 원이다.

또 하나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는 보수세력의 논리는 '비전문가론'이다. 〈조선〉은 28일 자 사설에서 "신고리 공사를 일단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 토론을 거쳐 결정케 한다는 데 어떤 책임있는 결정을 할 수 있나"며 "중대한 국가 사안을 멋 부리듯 다루지 말라. 원전 정책은 에너지 안보, 환경, 기후변화, 미래 산업 경쟁력 등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리 5·6호기가 소재한 울산 울주군을 지역구로 둔 강길부(바른정당) 의원도 28일 최고위회의에서 "원전 공사 일시 중지는 초법적 발상이다. 원자력안전법을 보면 안전상 문제나 절차상 문제를 제외하고는 중지할 규정이 없다"며 "국가가 시민단체냐. 원자력안전위원회라는 정부 기관이 관련법에 따라 결정할 사항을 시민 배심원단이 대신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겨레〉 등은 '시민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대조를 이루었다. 〈한겨레〉는 28일 자 기사를 통해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운영계획 발표는 본격적으로 전 사회적인 '탈핵 논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핵발전소를 둘러싼 논쟁을 시민사회가 직접 참여해 결정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 "이번 공론화 과정이 온 국민이 다 같이 탈핵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 원전 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사회적 합의 토대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고동우 기자 kd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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