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불종거리 은행나무 뿌리 다 썩은 채 넘어져
상인·주민 배출한 음식쓰레기 침출수 탓 분석

수령 5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은행나무 가로수가 아무런 외부 충격도 없이 갑자기 쓰러져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7일 오후 7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 코아양과 맞은편 가로수(은행나무)가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시민은 지름 25㎝에 달하는 가로수가 뿌리째 뽑힌 것이 아니라 밑동이 썩어 넘어졌다고 전했다.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문창식(45) 씨는 "지난 십수 년간 일상적으로 쓰레기가 버려지던 곳"이라며 "이런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창원시는 뭘 했냐"고 말했다. 이어 "사람 안 다친 게 천만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쓰러진 가로수 아래는 인근 주민과 가게에서 상습적으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곳으로 평소에도 음식물 쓰레기 냄새 때문에 악취가 진동한다. 그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가 스며들어 가로수 뿌리가 썩어 쓰러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 코아양과 맞은편에 멀쩡하게 서 있던 은행나무가 갑자기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지나는 사람과 차량의 안전을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독자 문창식

조경 전문가인 박정기 씨는 "은행나무는 땅 위로 나와있는 부분의 무게가 무겁다"며 "뿌리가 썩으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쓰러진 나무 사진을 보니 뿌리가 다 썩은 것 같은데 10여 년간 꾸준히 쓰레기 침출수에 노출돼 있었다면 염분 등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마산합포구청은 은행나무가 쓰러진 원인을 파악 중이다. 또 쓰레기 배출 장소에 대해 홍보·계도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청 수산산림과 관계자는 "뿌리 부분이 다 썩어 있었고 외부 충격, 최근 바로 앞 우수관 공사,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 주위 아스콘 포장으로 뒤덮여 생육 환경이 나빴다는 점까지 원인을 어느 하나로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른 가로수까지 수시로 둘러보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환경미화과 관계자는 "원래 쓰레기 버리는 곳이라고 정해진 것이 없고 문전 배출이 원칙이다"며 "그런데 상인이 자신의 가게 앞에 배출하지 않고 은행나무 앞에 버린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홍보·계도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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