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세권'부동산 신조어까지 생기는 현실
땜통머리 같은 산 더늦기 전에 관리 절실

문화체육부에서 체육을 담당하면서 '경남의 산' 기획취재팀에도 발을 담그고 있다. '경남의 산' 취재도 병행하라는 지시를 받고는 '하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또 다른 일까지 하라니'라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

팀 동료 이서후 기자와도 산에 오르면서 "우리는 시시포스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며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가끔은 다른 동료의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이가 드는 증거인지 신기하게 산이 좋아진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것은 사실이 됐다. 이제는 삶의 작은 활력이 됐다. 산은 치유와 회복을 도와주는 병원이자 신선한 물과 공기를 제공하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산림가치는 무려 126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과학적인 증거와 경제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내 몸이 먼저 느낀 것이다.

하나 산의 가치는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도심과 가까운 산이거나 유명산 양지 자락에는 어김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펜션과 전원주택 공사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상식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허가가 났을까. 법은 제대로 지키고 하는 것일까. 저렇게 훼손해도 제재 받지 않나'는 의구심이 밀려들었다.

산 위에서 바라보면 더벅머리 땜통처럼 흉물스럽다. 설악산 케이블카 후폭풍이 경남에는 어떤 상처를 초래할지도 걱정스럽다.

기사를 뒤져봤다. 적발된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었다. 대부분 비슷한 행태로 행정당국의 눈길을 피해 불법·편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문제는 담당 부서도 현장 확인 없이 허가를 내줬고, 뒤늦게 불법사항을 고발하면 복구 명령을 내리고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복구 명령을 내려도 현장 확인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무원들은 "일이 많아서 일일이 현장을 확인할 수 없다"는 변명 일색이었다. 벌금을 내는 것보다 경제적 이익이 더 크기에 개발자 입장에서는 벌금 역시 변수에 포함된 계획이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녹지 접근성이 좋을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최대 40%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숲세권'이라는 부동산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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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환경에서 생활을 누리고 싶어하는 욕망에,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심까지 경쟁하면서 숲은 더 많은 욕망과 욕심의 도화선이자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산림이 황폐화됐던 과거 '민둥산' 시대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엄정한 잣대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숲과의 상생, 공생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다. 황폐화했던 숲을 단기간에 정상화했던 지구 상의 유일한 나라라는 저력을 발휘해 이제는 도심을 세계 최고로 녹화하는 것은 어떨까. 내 욕심만 챙기고자 산으로 숨어들어 숲을 해칠 것이 아니라, 내 삶터 주변에 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숲을 도심으로 초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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