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범죄 피해자 3만 1431명 중 88.9% 달해…안전망 구축·강화 절실

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다. 지난 24일 오후 창원 한 실내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ㄱ(47) 씨가 납치·살해됐다. 남편과 골프를 친 뒤 각자 타고 온 차량에 탑승하려던 차에 벌어진 일이었다.

납치 사건이 발생한 실내 골프연습장 주차장은 총 3층 규모로 무료 운영되고 있다. 입·출차를 관리하는 곳도 없어 누구나 마음만 먹는다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1층 주차장은 약 60대가 주차할 수 있으며, 지대가 낮아 지하처럼 운영되고 있다.

CC(폐쇄회로)TV가 총 3대 설치돼 있었지만 인근에서 진행 중인 공사 가림막에 1대가 가려 사실상 2대만 주차장을 비추고 있다. 상황이 이런 데다 범행 장소가 촬영 사각지대여서 ㄱ 씨가 납치되는 모습은 녹화되지 않았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사건 당일 오후 주차장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며 "고급 외제차를 탄 사람 가운데 상대적으로 범행이 쉬운 여성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일명 '무학산 살인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10월 28일 창원 무학산에서 ㅁ(48) 씨는 등산 후 하산하던 5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살해했다. ㅁ 씨는 강간 등 살인·사체은닉·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를 보면 2015년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강력범죄(흉악) 피해를 입은 3만 1431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88.9%에 달했다. 이는 2000년(6245명)에 비해서는 약 4.5배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남성 피해자는 2520명에서 3491명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2016년 13세 이상 여성들은 우리 사회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범죄 발생(37.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12.9%p 증가한 수치다.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찰청 산하 치안정책연구소가 지난 21일 낸 '주차장 범죄예방을 위한 인증평가기준 개발에 관한 연구'를 보면 2015년 전체 범죄 186만 1657건 중 약 1.3%인 2만 4331건이 주차장에서 일어났다.

주차장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255건 가운데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가 전체의 70%인 176건, 강도는 32건(12.5%)으로 나타났다. 장소별로 주차장은 노상(43.7%), 기타(25.0%), 사무실(6.5%), 단독주택(4.4%), 유흥접객업소(4.3%), 아파트·연립 다세대(3.3%), 상점(1.5%) 다음으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공간이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뿐 아니라 주차장 안전 대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김경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통계와 사례가 보여주듯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강력 범죄에 훨씬 노출되기 쉽다"며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해소하고, 또 이 같은 흉악 범죄를 예방하려면 사회가 안전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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