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의원 제기 '올 초 입당 소문'…당사자 "허무맹랑한 주장" 한목소리 부인

시계를 6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도내 초선인 윤한홍(자유한국당·창원 마산회원) 의원은 당 안팎의 예상을 깨고 뜻밖의 정치적 선택을 한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친박계 패권주의에 반발, 비박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며 대통령 탄핵에도 가담했던 그가 당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탈당을 막판 극적으로(?) 유보한 것이다.

윤 의원뿐 아니라 나경원·강석호 의원 등도 마음을 바꿨고, 이 때문에 최대 40여 명의 국회의원 동참이 전망됐던 바른정당은 1월 24일 창당 때 33명으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늦었지만 당시 윤 의원 잔류를 둘러싼 진실이 이제 선명하게 밝혀지고 있다. 결국 그가 '주군'으로 모신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개입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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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당 대표 후보자 100분 토론에 참석한 홍준표 후보가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정병국(바른정당) 의원이 제기한 '바른정당 입당 타진설'로 곤욕을 치르는 홍 전 지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바른정당 창당 후 주호영 의원이 입당하라고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해왔다. 나는 '재판 중이니 말할 처지가 못 된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며 "나는 윤한홍 의원은 물론 대구시장, 울산시장에게 전화해 탈당을 만류했다. 측근(윤한홍)을 통해 합류 의사를 전했다는 주장은 틀린 얘기"라고 밝혔다.

즉 탈당하려는 윤 의원을 홍 전 지사가 막아섰다는 것인데,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비박계 집단 탈당·바른정당 창당 때도 두 사람의 '동반 탈당설' '공동 행보설'이 꾸준히 돌았다.

다만 윤 의원이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마산회원구민과 당원의 뜻을 충분히 수렴하겠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길인지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있었다.

27일 윤 의원에 따르면, 홍 전 지사는 이런 말을 하며 탈당을 말렸다고 했다. "보수 본산은 새누리당이다.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탈당은 맞지 않다. 당내에서 치열하게 투쟁해야 한다. 당 쇄신에 주력할 때다."

윤 의원은 "저의 탈당조차 만류했는데 '(저를 통해) 홍 전 지사 본인의 바른정당 합류를 약속했다'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바른정당 창당 때 홍 전 지사는 재판을 앞두고 있어 어떠한 정치적 입장을 밝힐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허무맹랑한 거짓 주장으로 한국당 당대표 경선에 개입하려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정병국 의원의 주장, 즉 홍 전 지사가 2월 26일 정치자금법 위반(성완종 리스트 관련) 항소심 재판 무죄 때 바른정당에 입당하려 했다는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닌 걸까?

홍 전 지사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입당 '타진'까지는 아니어도 '가능성'은 열어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는 '재판 중이니 말할 처지가 못 된다. 말할 수 없다'고 했다"는 홍 전 지사 말은 여지를 완전히 닫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윤 의원 역시 1차 '집단 탈당' 한 달 후인 1월 말까지도 탈당설이 끊이지 않았다. 탈당설이 잦아든 것은 바른정당행이 유력시되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난 2월 1일 대선 불출마 선언 직후였다.

그러니까 홍 전 지사와 윤 의원은 바른정당의 성패와 한국당 쇄신 여부 등을 어느 정도 지켜보고 나서 '탈당이냐 잔류냐'를 결정하려고 했을 공산이 크다.

이혜훈 신임 바른정당 대표는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그런 소문(홍 전 지사 입당 타진설)이 있었던 게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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