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내 13개 푸드존 형성
스시·파스타·덮밥·수제 맥주
청년 사업가 모여 시너지 발휘

맛집을 찾아다니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야 하지요. 전통시장은 이런 점에서 돋보입니다. 먹을거리가 다양해 골라 먹는 재미가 있고 흥정하고 구경하는 맛까지 더해집니다. 한 달에 한 번 도내 시장 곳곳을 찾아갑니다. 맛난 시장을 만납니다.

진주 중앙시장 '청춘다락'은 '믹스 앤드 매치(mix and match)'다.

여러 단품을 섞어 조화를 이룬다는 말처럼 다양한 메뉴를 함께 즐길 수 있어 맛이 배가 되는 곳이다.

또 기존 상인과 청년사업가들의 어울림은 전통시장의 미래를 기대케 한다.

지난 24일 오전 11시 30분. 청춘다락 가게 불이 하나둘 켜진다. 이른 식사를 하려는 손님은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았다.

청춘다락은 진주 중앙시장 2층 한편에 13개 점포가 모여있는 청년푸드존(진주시가 만 39세 이하 청년사업가를 모집해 조성)이다.

진주 중앙시장 2층에 있는 청춘다락으로 가는 길./이미지 기자

앞뒤로 딸린 문을 열고 들어서면 3~6평짜리 가게 10여 개가 마주 보고 있다.

나가는 문이 저 끝에 바로 보일 정도로 아기자기하다. 중앙시장에 있는 개별 점포들과 달리 출입구를 함께 쓴다.

청춘다락은 식사로 덮밥(집밥술)·타코(호리스타코)·수제버거(정버거)·초밥(료씨)·파스타(파스타씨)가 있고 커피(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 디저트(나이서크림·봄날디저트·차방·미스터어글리), 수제맥주(큰곰양조장)가 있다.

어르신이 '집밥술' 앞에 서서 "밥 하나 해줘"라고 주문을 하고 사라진다. 바로 옆 가게 대우맞춤을 운영하는 상인 김혜숙(68) 씨다.

집밥술 주인장 안현우(35) 씨는 삼치구이정식을 만들어 배달까지 끝낸다.

집밥술은 고추장 불고기와 버터장조림밥 등을 가정식으로 차려내는 가게다. 나무쟁반에 밥과 된장찌개, 기본반찬을 얹어 손님 앞에 낸다. 일본 가정식처럼 보이지만 맛은 한국적이다.

매일 아침 우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나이서크림' 주인장 김인(28) 씨는 옆 가게 '미스터어글리'에 앉아 버터장조림밥을 먹으며 "손님들도 빈 테이블에 앉아 편히 먹으면 된다"고 했다.

덮밥류 전문점인 '집밥술'의 상차림./이미지 기자

그러고 보니 청춘다락을 찾는 손님들은 여러 메뉴를 섞어 먹는다.

갑자기 "큰곰"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가게마다 맥줏집을 찾는다. 손님이 초밥과 함께 맥주를 먹고 싶다며 주문한다.

한 가족은 주문이 복잡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파스타를 '파스타씨'에서 주문해놓고 부모는 '호리스타코'에 앉아 부리또를 먹는다. 이어 '미스터어글리'에서 팥빙수를 주문한다며 또 자리를 떴다.

그래서 '큰곰양조장'은 손님이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아무나자리'라고 써놓았다. 말 그대로 누구나 앉아서 먹고 쉴 수 있다.

모듬초밥(료씨)과 주황파스타(파스타씨), 지리산 바이젠(큰곰양조장)을 주문하고 아무나자리에 앉았다.

진주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정스시포차 주인장이 운영하는 료씨는 저렴하고 맛있는 일식에 시각적 아름다움을 내세운 가게로 대기 손님이 유독 많다.

모듬초밥은 광어와 연어, 장새우, 유부, 익힌새우 등을 먹을 수 있다. 나무 접시에 가지런히 놓인 초밥을 집으니 생선살이 두툼하다. 고기 맛은 묵직하며 쫄깃하다.

진주 중앙시장 청춘다락에서는 각기 다른 음식점 메뉴를 선택해 조화롭게 먹을 수 있다. '큰곰양조장'의 지리산 바이젠 수제맥주와 '료씨'의 모듬초밥의 만남./이미지 기자

밥에 올려진 광어 지느러미가 탱탱하다. 비린 맛은 전혀 없다. 가격 대비 만족감이 크다. 초밥 말고도 게살과 연어, 채소를 넣은 후토마키가 인기다. 알록달록한 속이 훤히 보이게 커다랗게 말아 더 먹음직스럽다.

여기에 지리산 바이젠을 한 모금 마셨다. '큰곰양조장'이 보리와 밀을 주원료로 바나나 향을 낸 에일 맥주다

라거 맥주보다 탄산이 적은 대신 과일 향이 입안에 맴돈다.

큰곰양조장은 전현식(28)·이재웅(22) 씨가 라거 타입 남강 필스터·경상 둥켈과 에일 타입 지리산 바이젠·논개 IPA를 직접 만든다. 자신만의 조리법을 토대로 대구의 한 양조장에서 제조해 가져온다.

이들은 경상대 경영학과 4학년생. 국내 아마추어 맥주대회에서 2등을 한 실력자들이다.

파스타씨도 요리를 전공한 청년들이 파스타를 종이상자에 담아 내는 곳이다. 상자 바닥에 바게트를 깔고 갓 만든 파스타를 붓는다. 먹물 치아바타와 파슬리로 마무리.

하얀 파스타는 크림소스, 빨간 파스타는 토마토소스로 만들고 주황파스타는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 생새우로 맛을 낸 로제파스타다.

종이상자에 담아 낸 '파스타씨' 대표 메뉴./이미지 기자

주황파스타는 적당하게 익은 면에 새콤달콤함과 부드러움, 고소함이 잘 어우러진다. 여기에 지리산 바이젠 한 모금 더.

청춘다락은 많을 다(多), 즐거울 락(樂)을 쓴다. 여기저기서 골라 먹는 재미를 만끽하면 더 즐거울 곳.

가는 방법은 전통시장이라 다양하다. 가장 쉬운 길은 진주 중앙시장 입구 간판을 찾으면 된다. 청춘다락이 바로 보인다. 아니면 곳곳에 있는 계단을 따라 2층에 있는 노란색 간판을 찾으면 된다.

아이스크림 가게 '나이서크림'을 찾은 꼬마 손님./이미지 기자

<메뉴 및 위치>

◇메뉴: △료씨 모듬초밥 1만 원 △집밥술 고추장 불고기 7000원 △파스타씨 주황파스타 7000원 △큰곰양조장 수제 맥주 5000원 △나이서크림 콘 1900원

◇위치: 진주시 중앙시장길 27-20(대안동 8-182, 매일 정오~재료 소진 때까지)

◇홈페이지: www.jinjuyou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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