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업그레이드·조직력 강화
김종부 체제서 팀 '환골탈태'
18경기 연속 무패 선두 유지
후반기 '팀별 전술 변화' 필요
체력 유지·컨디션 관리 숙제

2014년 팀은 챌린지로 강등됐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후폭풍은 이어졌고 대표이사 심판매수 사건 등으로 팀은 2016년 승점 10점 삭감이라는 초유의 징계를 받았다. 희망은 없었다. 뒤에서는 '망한 팀'이라는 수군거림이 따라다녔다.

경남FC 이야기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올 시즌 시작하면서 부산 아이파크, 성남FC, 수원FC, 아산 무궁화FC가 챌린지 4강으로 꼽혔다. 경남은 겨우 중위권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모두가 놀라고 있다. 챌린지 36경기 중 18경기를 치르고 전반기를 마친 경남은 현재 18경기 연속 무패(12승 6무) 신화를 이어가며 1강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과정을 제쳐놓고 결과만 두고 이야기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적에 가깝다. 그래서 '경남 미라클', '김종부 매직'이라 불리고 있다.

팀이 이렇게 달라진 비결은 뭘까? 구단 안팎에서는 탄탄해진 수비, 더 강력해진 공격력, 끈끈한 조직력, 김종부 감독의 지도력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탄탄한 수비, 업그레이드된 공격 = 수비력 안정이 경남 상승세의 원동력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경남은 지난해 득점 61점으로 리그 1위였지만 실점은 58점으로 리그 3위였다. 올해는 다르다. 18경기에서 14실점해 경기당 평균 0.77골을 내줬다. 아산 0.76골에 이어 리그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는 조병국, 최재수 등 베테랑 선수들이 영입돼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또 지난해 잦은 부상 등으로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였던 이반, 박지수, 김정빈 등이 올해는 별다른 부상없이 최고 기량을 펼치고 있다.

또 수비형 미드필더 최영준과 정현철 콤비가 공격에 활력을 보태는 것은 물론 빠른 수비 전환으로 수비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골키퍼 이범수의 역할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범수는 18경기 모두 출전해 14실점하면서 경기마다 슈퍼세이브로 팀을 지켜냈다.

지난 4월 1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KEB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대구FC에 2-1 역전승을 거둔 경남FC 선수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경남FC

공격력 또한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팀 주축 공격수였던 크리스찬, 송수영, 이호석을 대신해 올해 말컹과 브루노 조합이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장신 공격수 말컹은 18경기에 출전해 11득점하며 리그 득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말컹은 상대 진영을 휘저어 놓으면서 동료 선수들에게도 득점 찬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남은 측면 돌파 후 크로스가 주요 공격 루트다. 말컹 혼자만 열심히 한다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빌드업 과정에서 다른 선수들이 더 빠른 돌파와 정교한 크로스로 볼을 공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 부분에서 배기종, 정원진, 김도엽, 이현성, 송제헌 등이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기회가 되면 직접 득점하며 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끈끈한 조직력과 김종부 리더십 = 지금의 성과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해 1년간 팀을 이끈 김종부 감독은 시즌을 끝낸 뒤 팀을 새롭게 재편했다. 핵심 키워드는 '헌신'과 '솔선수범', '소통'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선수라도 팀의 화합과 소통에 저해된다면 과감히 내보냈다.

지금 선수들은 자신의 성적에만 욕심내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헌신이 팀 성적을 이끌어냈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연봉이 많은 팀이 아니지만 선수들은 승리수당을 받으면 부상으로 못 뛴 선수와 운전기사, 숙소 청소원과 십시일반 나누고 있다. 구단 프런트에도 커피와 피자를 배달하면서 끈끈한 정도 전하고 있다. 팀의 화합과 조직력을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일화다.

주전, 1.5군의 실력과 심적인 경계도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해에는 주전이 빠지면 지는 경기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그러나 올해는 1.5군이 기회를 잡으면 주전보다 더 열심히 뛰며 팀 승리를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든 데는 구단 프런트도 일조했다. 특히 조기호 대표이사는 구단 문턱을 낮춰 감독, 선수단과 항상 소통한다. '듣는 리더십'을 통해 그들 요구를 최대한 듣고 그 요구가 실현되도록 온 정성을 쏟아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김종부 감독의 리더십이 핵심이다.

지난해 10점이 삭감된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며 사이드 공략법과 공간 창출 방법 등 자신의 색깔을 입혀나갔다. 조급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기다렸다. 또 상대팀에 대응해 하나하나 준비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한 김 감독의 작전 지시와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은 감독을 신뢰하게 됐고, 지난해 전반기 최하위를 면치 못했던 팀은 믿음이 쌓여가면서 후반기부터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연속 무패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선수들 자신감도 최고조에 달했다. 지난 1일 안산전에서도 1-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지만 경기 종료를 앞두고 2골을 몰아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지난 24일 성남전에서도 0-1로 지고 있었지만 경기 종료 1분가량을 남겨두고 동점골을 넣으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정규리그 32골 중 69%인 22골이 후반에 터졌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우면 승리를 챙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후반기 과제는 = 이대로라면 경남을 따라올 팀은 없다. 클래식 승격 티켓에 가장 가까운 팀이다. 예전 사례에 비춰 클래식 직행 안정권에 들어가려면 22승은 거둬야 한다. 남은 18경기에서 10승은 챙겨야 한다. 지금 승률로 보면 어려운 과제는 아니지만 이제 반환점을 돌았을 뿐 장담하기 이르다.

경남은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에 두고 역습 순간에 측면 돌파에 이어 말컹에게 한 번에 연결되는 전술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전반기 막판으로 들어오면서 그 위력은 점점 약화했다.

상대 팀도 따라서 진화하기 때문이다. 상대팀 수비들이 효율적으로 말컹을 봉쇄하면서 예전다운 득점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경기당 0.73골을 기록했던 말컹은 최근 3경기에서 상대 수비에 꽁꽁 묶이면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여기에다 최근 6경기에서 부산이 2승 3무 1패, 아산이 3승 2무 1패, 성남이 4승 2무로 상승세를 보이며 추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경남 또한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지난 성남전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4-4-2 포메이션 대신 변형된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치렀다. 팀에 따라 변화하는 다양한 공격 전술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동안 전력을 다해 뛰어온 경남 선수들 체력 문제도 변수다. 여름철 선수 체력 유지와 컨디션 관리가 우선 과제이며 연속 무패에서 오는 자만심도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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