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 적이었다. 주변 어르신 한 분은 민주화 투사 상징이었던 'YS(김영삼)' 열성팬이었다. 1987년 대선 때 김영삼 당시 후보는 집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반면 노태우 당시 후보는 있는 사람들에게 관대한 공약을 내놓았다. 어르신은 집을 한두 채 보유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김영삼에 대한 마음을 접고 노태우에게 투표했다는 것이다.

어린 나로서는 실망스러웠지만, 부동산이 어른들 인생에서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나는 어쩌다 보니 지금 경제부에서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다. 지인 혹은 친구들은 "부동산 알짜 정보 좀 알려달라"는 말을 농담 아닌 농담으로 한다. 아는 것도 없을뿐더러, 알더라도 알려주고 싶지 않고, 알려 줄 수도 없다. 편하게 만난 사람들로부터 그러한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을 따름이다.

부동산 기사를 쓰기 위해 여러 관련 사이트·자료를 참고한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지 않고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호들갑 떠는 분위기다. 단어 하나하나에 아쉬움과 걱정이 뚝뚝 묻어난다. 아마도 집 있는 사람들, 집을 투자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중심에 두기 때문일 것이다. 이른바 '실수요자'들은 뒷전에 두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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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으로 경남에서 자기 집을 소유한 가구 비율은 61.2%라고 한다. 나머지 열 집 가운데 네 집 정도는 전세·월세라는 말이겠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19일 부동산 관련 대책을 내놨다. 경남은 직접적인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는 규제 쪽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집 있는 사람들 아닌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사람들을 중심에 둔 대책이 쑥쑥 쏟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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