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화요일. 필자인 담당자는 사회봉사명령 개시(開始)교육이 있는 날이라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집행과 사무실에 출근을 하였다. 오늘 나의 일정은 사회봉사명령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사회봉사명령 전반에 걸친 과정 및 의의에 대해 교육을 하는 것이다.

다른 직원은 지역농협의 신청으로 함안군의 한 농가로 농촌일손돕기를 나가게 되어 있었고, 필자는 곧바로 대상자들의 출석유무 확인을 위해 집결장소로 가려던 찰나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가 온 곳은 의령군 유곡면 소재 마을의 A 이장이었다. 참고로 지난 6월 5일부터 16일까지 우리 기관의 사회봉사명령대상자로 구성된 국민공모제팀 90명(누계)이 마늘, 양파 수확으로 한창 바쁜 의령군의 각종 피해자 가구 및 고령농가에 대한 국민공모제 집행을 완료한 뒤였다.

먼저 A 이장께서 전화를 하신 사연은 마을 전체의 양파수확을 품앗이 개념으로 진행하였으나 교통사고 피해 농민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임차한 농지에 힘들여 농사지은 양파를 미처 다 수확하지 못하여 썩힐 지경에 놓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부서장에게 보고 후 결재를 얻은 뒤 작업 현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였다.

국민공모제팀원 10명을 신속히 조정배치 후 오랜만에 입은 정장을 벗고 옷걸이에 걸려있던 작업복을 갈아입고 의령군 작업 현장에 도착하여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안전사고 없이 400평 규모의 양파수확 전 과정을 마무리 짓고 몸은 지쳤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사무실로 복귀를 하였다.

이와 같이 법무부 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서는 법원에서 사회봉사명령을 부과 받은 대상자를 사회 내에서 일정시간 무보수로 봉사활동에 임하게 하여 대상자에게는 처벌효과와 속죄의 기회를 부여하고, 국가·사회적으로는 공익 증진을 꾀하는 사회봉사명령제도를 시행 중이며 특히 국민들로부터 사회봉사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대한 신청을 받아 적절성 평가 후 집행하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사회봉사국민공모제도까지 병행 시행하고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1972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입법화한 후 유럽 및 미국 등에서도 도입·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89년 소년법 대상자를 시작으로 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1997년 성인 형법 대상자로 전면 확대되었다.

이후 2009년부터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미납 대상자에게까지 확대·시행 중이며 사회봉사국민공모제도는 2013년부터 시행 중이다.

사회봉사국민공모제도는 시행 초기 도배·장판 등의 특기집행에 국한하여 시행하였으나 현재는 각종 범죄·사고·자연재해 등 피해자 및 다문화 가정 지원 활동, 대상자의 재능·특기를 활용한 사회적 약자(독거노인, 장애인 등) 지원, 지역 행사 지원 등과 같은 지역사회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시행으로 지역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일정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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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적인 국민공모제도의 시행은 지역 수혜자에게는 긴요한 도움을, 봉사명령대상자들에게는 굵은 땀방울의 봉사를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한 뉘우침과 그 이면의 보람을 발견하게 하는 '따뜻한 법치'의 실현인 듯싶다.

아직은 제도시행의 걸음마에 불과하여 미흡한 점이 없지 않으나 적극적인 소통으로 수혜자의 만족도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더불어 엄정한 사회봉사 집행으로 봉사명령 대상자들의 재범이 줄어들 수 있는, 어려움에 놓인 국민들과 함께하는 열린 기회의 장이 계속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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