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용원지역 침수 대책 1.8m 높이 호안방호벽 뿐
배수갑문 설치 등 '먼 미래', "재정비 탓 되레 쫓겨날 판"

"하나도 바뀐 거 없습니다. 어젯밤에도 발목까지 물이 찼다니까요. 태풍이 안 오기만 바랄 뿐이에요."

26일 오전 찾은 창원 진해구 용원동 어시장. 이곳은 만조 때 바닷물 수위보다 지대가 낮은 해안 저지대로 바닷물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상습적으로 물난리를 겪어왔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 2012년 '산바' 그리고 지난해 '차바'까지….

지난해 10월 용원을 할퀸 태풍 차바는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비를 쏟아부었다. 만조 시간도 겹쳤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용원동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반복되는 침수 피해에 주민·상인 원성이 높아지자 김영석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 현장을 찾아 침수 대책 연구용역을 서두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용원에서 21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오세영(60) 씨는 가게와 길 하나를 두고 설치된 1.8m 높이 호안방호벽을 가리켰다. 차바 때 이 호안방호벽을 넘어 바닷물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곧 장마철도, 태풍도 올 것이다.

26일 오전 찾은 창원 진해구 용원동 어시장. /우보라 기자

"차바 때랑 달라진 게 없어요. 저걸(호안방호벽) 높인다는 말이 있는데 대체 언제 완공을 하겠다는 건지. 곧 장마지 않습니까. 보세요, 이렇게 시간 어영부영 보내다 또 물에 다 잠길 겁니다. 그 책임은 또 누가 지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난해 피해를 겪은 후 용원지역 상습 침수 방지 대책으로 배수갑문 설치를 추진, 현재 항만기본계획 반영을 위한 관계기관 협의가 진행 중이다. 최소 4~5년, 예산만 400억~500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대책으로 기존 호안방호벽을 0.2~0.5m 더 높이고 배수 펌프 용량을 증설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호안방호벽 증고는 얼마 전 공사 업체 발주를 마치고 공사를 준비하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상인이 느낄 만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내달 10일 용원 어시장 재정비가 진행된다.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고 수산물공판장을 새로 지으면서 이미 횟집·노점 등이 상당수 사라졌다. 진해 사람뿐 아니라 부산 등 타 지역 사람으로 북적거리던 예전 풍경 역시 사라진 지 오래다. 상인들은 섭섭하다. 침수 대책을 내놓으라 얘기했더니 괜히 짐을 싸서 나가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35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김동은(58) 씨는 취재 요청에 한동안 손사래를 쳤다. 매년 기자들을 만나 이 억울한 심정을 말해도 바뀌는 게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차바 때 침수로 4000만 원 손해 보고 100만 원 보상받았어요. 도로 점거, 물론 나쁘죠. 우리도 알아요. 하지만 이 시장이 여기에 있었던 세월이 수십 년입니다. 이미 도로 기능도 없어졌다 봐야죠. 그러다 매년 침수를 겪으니까 대책 내놓으라 얘기했고, 그랬더니 자기들(행정) 입맛에 안 맞다고 이제 와서 상인 싹 몰아내려고 하는 겁니다. 솔직히 섭섭합니다."

행정은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이번만큼은 제대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창원시 시민안전과 관계자는 "수십년 동안 이어진 문제라 푸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최대한 신속하게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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