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시하던 단체와 대화, 도체육회 낙하산 인정
사과 생략된 급격한 정책 변화에 "영혼 없다" 비판도

경남도가 류순현(행정부지사) 도지사 권한대행 교체설 등으로 뒤숭숭한 가운데 ‘홍준표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사과·반성 없이 정책 변화 = 류순현 행정부지사가 지난 1일 도청 도민공감실에서 진주의료원 재개원 관련 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 도민운동본부 관계자와 40분가량 전격적으로 면담했다. 도는 진주의료원 폐업 과정에서 노조를 범죄자 취급하며 적대시해 왔다.

경남도는 ‘강성 귀족노조’ 운운하며 폐업을 밀어붙였다. 노조를 향해 ‘도덕적으로 해이한 집단’이라며 인신공격도 퍼부었다. 폐업 관련 조례 개정 때는 도의회 해당 상임위 문을 잠그고 폭력적인 날치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논란이 한창일 때 진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도에 폐업 강행 시 △의료원 재개원 당시 들어간 국비 반납 △차후 공공의료기관을 다시 설립하고자 할 때 국비 지원을 바라지 말 것에 동의할 것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도는 이를 받아들여 국비를 반납하면서 다시는 공공의료기관을 들이지 않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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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청./경남도민일보DB

이랬던 도가 정권이 바뀌자 태도를 바꿔 노조·시민사회단체와 대화에 나섰다. 노조와 면담에서 △서부경남지역 공공보건의료 강화 및 확충에 노력 △대통령 공약사항인 25개소 취약 거점 공공병원 선정사업에 경남이 우선 선택되도록 노력 등을 약속했다. 전임 주무장관 앞에서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한 셈이다.

류 부지사는 또한 지난 8일 박종훈 교육감과 만나 ‘협치’에 나서는 자세를 보였다. 도가 그동안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학부모를 종북으로 몰고, 도교육청을 이들에 동조한 좌파 집단이라며 ‘소 닭 보듯’하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렇듯 급격한 정책 변화에 도는 지난날의 판단, 결정 관련 어떠한 사과·반성도 없다.

김지수(더불어민주당·비례) 도의원은 “홍 전 지사 때와는 180도 다른 도 태도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면서 “도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과거 행적에 대한 사과·반성이 선행돼야 하고 이와 관련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전 지사 흔적 지우기 = 경남도의 변화는 정책뿐만이 아니다. 인사에서도 홍 전 지사 흔적 지우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일석 체육지원과장은 지난해 말 이뤄진 도체육회 사무처장 인선을 두고 전문성이 결여된 사실상 ‘낙하산’임을 시인했다.

지현철 도체육회 사무처장은 홍 전 지사 측근으로 분류된다. 공보관과 감사관, 서부권개발본부장, 양산시 부시장 등을 지냈다. 당시 체육계는 이를 홍 지사의 ‘자기 사람 심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 처장의 전문성 부족도 지적됐다.

이병희(자유한국당·밀양1) 도의원은 지난 22일 도의회 추경예산안 체육지원과 관련 심의에서 “도체육회에 이전에 없던 상임부회장 직급이 신설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해당 인사가 체육계 인망이 높은 분인 건 알지만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한 달 300만 원씩 주는 건, 사실상 도체육회를 관리·감독하는 체육지원과가 사무처장 임명을 잘못했음을 인정하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이 과장은 이 지적에 “네”라고 답하며 “새 사무처장이 체육 전문인이 아니라 자문역이 필요해 상임부회장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체육계 인사는 이를 두고 “홍 전 지사 시절 잘못된 인사, 정책, 판단임을 알면서도 아무런 말을 않고 눈치 보기만 하다가 홍 지사가 떠나고 정권이 바뀌자 태도가 싹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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