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이직·정원 부족사태
"타 시·도와 상반된 처사
다수 이용자 불편 호소"
진흥원, 운영방안 TF 구성

올 하반기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창원에서 합천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2013년 7월 1일 경남문화재단,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2개 기관과 경남영상위원회 기능을 통합해 출발한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새로운 전환점에 놓인 것이다. 통합도, 이전 결정도 충분한 토론과 논의 없이 이뤄진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자 한다.

◇3개 기관 흡수하며 출발 = 2010년 경남문화재단, 경남영상위원회, 2011년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이 차례로 생겨났다. 경남문화재단은 경남 지역 문화예술 창작 활동지원, 정책개발, 문화 중심 지역 실현을 위해, 경남영상위원회는 지역 영상산업을 위해,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은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해 각각 만들어졌다. 경남도는 2013년 기능이 다른 3개 기관을 통합하고자 했다.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 측은 "통폐합으로 예산 낭비 요인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해 경남 문화 창달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관의 통폐합 추진에 지역 문화예술계 등에서 우려 목소리를 냈지만, 조례 개정을 통해 통합은 그대로 추진됐다. 문화콘텐츠진흥원과 영상위원회 기능을 문화재단에 흡수시키고, 문화재단의 명칭을 문화예술진흥원으로 바꿨다. 경남영상위원회는 통합에 반대하며 그대로 남았지만, 단체의 사업, 기능은 그대로 진흥원으로 이관됐다.

현재 창원 의창구에 있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은 경남발전연구원 3층에 있다. /우귀화 기자

◇홍 지사 모교 터인 합천으로 이전 = 경남문화예술진흥원으로 통합 4년. 이번에는 창원 경남발전연구원에 있던 기관을 홍 지사 모교가 있던 합천 덕곡면 옛 학남초등학교 터로 이전을 결정했다. 지난해 서일준 문화관광체육국장은 경남도의회에서 "현재 진흥원 자체 청사가 없음에 따라 임차료와 관리비로 연간 1억 3000만 원 이상의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타 시·도 진흥원은 자체 건물을 확보하고 있어 도내 여러 문화 예술인들로부터 지속적인 독립 청사 확보 요구가 있었다. 문화 소외지역에 대한 정책적 지원의 필요로 진흥원 이전 건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지사 모교 터로 진흥원이 이전하게 되자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전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빠르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전 결정과 함께 공사 건립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오는 10월이면 공사가 끝나고, 11월 진흥원 이주를 앞두고 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40억 원, 합천군 48억 원 등 총사업비 88억 원이 소요된다.

◇안팎의 우려 = 이전을 목전에 두고 문화예술 관련 수요자, 공급자 모두 부담을 안게 됐다.

문화예술 행정을 하는 공급자부터 동요가 일었다. 최근 진흥원 직원 5명이 창원문화재단 채용에 응시했고, 이 중 2명이 자리를 옮겼다. 부족한 인력에다 창원에서 합천 이전으로 근무환경이 크게 바뀌는 것을 우려해서다. 정규직 총 정원이 25명임에도 현재 17명이 일을 하고 있다.

진흥원을 이용하는 문화예술인도 이전으로 이용 불편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창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수 문화예술인은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가 아니지 않냐고 반발한다.

홍준표 전 지사 모교 터인 합천군 덕곡면으로 이전하는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우귀화 기자

실제로 지난해 진흥원이 지원한 18개 시·군 5개 사업(공연장 상주, 레지던스, 시도기획, 육성지원, 우수예술 찾아가는 문화활동) 지역별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창원 31.16%, 김해 11.09%, 통영 7.54%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진흥원을 이용하는 한 예술인은 "합천 인근에 사는 문화예술인에게는 더 편리해질 수도 있지만, 다수 이용자들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타 시·도에서도 문화예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은 시내에 있지 시골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창작지원금을 지원받으면, 설명회에도 참여하고 물어보고자 진흥원에 여러 차례 가야하는데, 이제는 그런 일이 정말 쉽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전 후 진흥원은? = 진흥원 내부에서는 지난 3월부터 석 달간 태스크 포스팀을 꾸려서 합천 이전 시 진흥원의 운영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전지에 숙소, 연수시설이 포함되는 특성을 살려 새로운 공간에 맞는 운영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벌써 접근성에 대한 우려로 창원산단 제3아파트형 공장에 있는 문화대장간 '풀무' 공간 활용 얘기도 나온다. 심사 등의 회의는 '풀무' 공간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공간 이원화 얘기가 나오자, 곧바로 이전 무용론까지 거론하는 이도 있다. 이전으로 문화예술 서비스 효율성이 떨어지니, 아예 새 시설을 다른 공간으로 용도 변경까지하자고 한다.

이성주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원장은 "문화예술계의 우려와 직원들의 동요가 있다. 이를 불식시키고자 진흥원 나름의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문화예술인 워크숍 공간, 공연장이 생기는 것에 대해 기대를 하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조만간 이전 후 운영방향에 대해 자문회의를 거쳐 공개 설명회 등을 고려하고 있다. 예술인, 시민, 기업과 지속적으로 만나 소통하며 수요를 파악해 네트워킹을 이어가는 진흥원의 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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