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출간된 2000년 국방백서에 의하면 북한은 지난 6월 이후 남북 데탕트의 급속한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남 전투력만큼은 치밀하게 증강시켜 온 것으로 나타나있다. 서울 위쪽 전방지역에 주된 전력을 증강배치시켰고 지난 해 자체예산의 총 30%에 해당하는 군사비를 지출하였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우리들에겐 국가적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안보와 그리고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과의 화해협력정책은 서로 배타적 모순의 명제들이기 때문이다. 안보에 치중하자니 천신만고 끝에 이뤄 놓은 정치적 해빙이 도로아미타불 될 것 같고, 그런 북한과의 화해에 우선을 두자니 국가 안보가 걱정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남북 양측이 처한 안보의 본질을 직시하면 해결치 못할 문제는 아니다. 지금 남북의 군사적 현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는 곧 ‘죄수의 딜레마’ 상황을 연상케 한다. 즉, 남북한이 서로 상대방의 진의를 알 길이 없어 여러 대안 중에 최선의 선택인 군축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대신에 최악의 결과-자신은 군축, 상대측은 군비증강-를 피하기 위해 차악인 모두에게 안전한 군비증강의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이 안보딜레마의 심각성은 남측이 북측을 향해 남북화해에 대한 남측의 진의를 지속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인 화해협력정책을 통해 열어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오히려 군비증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상호불신의 잔재들이 이처럼 독소를 내뿜고 있는 상황아래에서도 남북데탕트의 큰 흐름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남북한이 5일 경의선 철도 및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비무장지대 내에서 우발적인 군사충돌사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비해 긴급연락체계를 가동키로 합의한 것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변화의 잠재성이 높은 시점이다. 이런 상황아래서는 대북정책에 관한 안보적 상황을 충실히 반영하는 전략적 기본원칙을 고수하면서 관계변화의 잠재성을 의식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는 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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