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궁금한 게 있어도 질문은 삼가주세요."

기자란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기록할 것인가. 독자가 궁금할 만한 것, 남겨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취재해 기록한다. 취재 과정은 단순하다. 당사자에게 묻고, 전문가에게 묻고, 시민에게 묻고, 자기 자신에게 묻는, 질문의 연속이다.

얼마 전 황당한 부탁(?)을 받았다. LG전자 창원공장 세탁기 프레스 투어 취재를 맡았는데 당일 오전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시간과 장소를 확인한 그는 대뜸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먼저 나왔다. 이유를 묻자 이번 행사는 서울 기자를 위한 것이고, 지역 기자가 '꼽사리'로 끼는 거라 있는 듯 없는 듯 있어달라는 것이다. 직접 만난 그는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다. "지역 기자들 자리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느냐"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날 세탁기 공장 근처도 못 갔다. 브리핑만 1시간 넘게 하는 바람에 투어를 가야 할 시간이 마감 시간과 겹쳤다. 급하게 공장을 빠져나가는데 또 연락이 왔다.

그는 엠바고가 있으니 다음 날 보도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당일 서울 기자'님'들이 돌아가서 기사를 쓸 시간이 없어 그런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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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전 각종 매체에서 공장 투어 기사를 쏟아냈고, 보지도 듣지도 못한 나는 기사를 쓸 수 없었다. 물론 몇 쪽짜리 분량의 보도자료는 메일함에 잘 도착해 있었다.

굳이 기자를 불러놓고 들러리나 서라는 LG전자. 글로벌 기업에 지역 언론은 꼽사리나 끼워줘야 하는, 보도자료나 던져주면 받아써야 하는 존재인가. 자괴감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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