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만찬에 공무원 불러낸 기자 '황당'
먹고살만한 기자의 부적절한 행동 '수치'

2017년 현재, 나는 기막힌 풍경을 접하게 됐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담당기자와 부단체장 간 오찬 간담회에서 기자들 사이에 낯선 여성이 눈에 띄었다. 다른 기자들에게 물어보니 한 기자가 개인적으로 데려온 일행이란다. 사무실 직원인지 가족인지 소개도 없이 그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점심만 먹고 유유히 사라졌다. 왜 공식 행사인 간담회 자리에 낯선 사람이 끼여 함께 밥을 먹는지 누구 하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나는 의아해 했고, 다음에도 이런 형식의 무개념 간담회라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유의 일은 또다른 지자체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어떤 기자가 지자체 관계자를 불러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서 나가 보면 가족이 다함께 와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밥값은 누가 냈을까.

나는 오래전에 사라진 줄 알았다. 하지만 지자체 실·국·과장을 돌아가면서 불러내 점심을 먹는 기자들 모습도 아직 잔존해 있다. 하루는 출입기자들끼리 함께 밥을 먹자고 동의해 추천한 음식점으로 따라갔는데, 가서 보니 어느 공무원 취임 축하 자리였다. 그 공무원 부하 직원 100여 명 사이에 끼여 점심을 먹는 기자들 모습이라니, 낯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명절 때 기관단체장들을 찾아가서 떡값을 받는 일, 주민들이 어렵게 제보해도 강자 편에 서서 이익을 취하는 일, 광고 영업으로 연결되는 기사만 쓰는 일 등이 비일비재하다. 어떤 기자는 인터넷 언론 매체를 여러 개 차려놓고 매체마다 지자체 광고를 수주하기도 하고, 어떤 기자는 공무원들과 도박을 하다 감사에 걸리기도 한다. 이런 모든 일들이 1990년대도 아닌 2017년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기자(記者)라 칭하기엔 불미스럽기 그지 없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게 됐다. 이런 기자들은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지자체에 등록된 기자는 지자체마다 대략 20~30명에 이른다. 이들 중 기본 월급을 받는 언론사는 3곳 정도밖에 안 된다. 광고 리베이트로만 먹고살아야 하는 지역 언론사 구조가 지역 기자 모습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독립채산제 형식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언론 매체도 똑같은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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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기자로서 자존심은 지키길 바란다. 이왕 기자란 직업을 선택했고 명예를 짊어지고 사는 직업이다. 지역 기자들은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터줏대감들이 많다. 지역에서 그들이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있는지 하룻밤에 소문 나는 게 '지역'의 특수성이다.

지역민이 아닌 제3자가 일주일 만에 그들의 행태를 파악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얼마나 더 기자로서 자존심을 구기고 싶은가. 작지만 부동산을 갖고 있어 임대료를 받기도 하고 다른 사업을 하고 있어 벌이가 형편없지 않은 데도, 기자 간판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일삼는 적폐는 이제 청산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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