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행정조직 개편안을 내 놓고 도의회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새 정부 정책기조에 발맞추어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여 부서를 통폐합하거나 신설하겠다는 안이다.

문제는 이 행정조직 개편안에서 여성인권과 성평등을 다루는 부서가 하향 구조조정 되었다는 것이다. 현행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있는 '여성가족정책관'을 복지여성보건국의 '여성가족정책과'로 하향 편재한 것이다. 어떻게 만들어 놓은 여성가족정책관인가? 현행 여성가족정책관은 2010년 김두관 도지사 시절 지역 여성계의 적극적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 이전 1990년대부터 경남지역 여성인권운동 단체들은 성폭력, 가정폭력(아내구타)을 위시한 인신매매, 직장내 성차별 만연 등 여성문제를 제기하면서 경남도의 적극적인 여성인권 개선과 성평등 정책을 제안하고 요구해 왔었다. 하지만 경남도정 성평등 정책은 거의 요지부동 제자리걸음이었었다. 이러한 시절을 거쳐 2010년, 보건복지여성국에 있던 여성정책과를 부지사 직속의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조직 개편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문재인 대통령 정책기조인 일자리창출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분에 다시 경남도의 여성인권과 성평등 정책은 밀려나고 뒷걸음치려고 한다. 더욱 한심하고 분통이 터진 것은 조직 개편안을 만든 담당 관료 해명이다. 여성가족정책관은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되어 있어서 그 부지사 지시를 수시로 받아야 하고 이에 따라 외부 업무가 많다 보니 여성가족정책담당관 제도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말인가? 그동안 여성정책담당관은 그야말로 간판만 걸어놓고 정작 여성정책에 전념할 수 없었다는 것 아닌가? 우리 사회 각종 일자리에서 비정규직은 여성이 훨씬 많고 언제나 정리해고 0순위였다. 경남도 행정에서 역시 여성은 이렇듯 애써 만들어 놓은 조직체계 안에서도 다른 부처 지원이나 본연 업무 외 일에 동원되다가 필요하면 없애버리는, 구조조정이 손쉬운 대상이란 게 경남도의 여성 지위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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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가 여성가족정책관 업무실효성을 되살리는 해법은 일개 과 수준으로 조직적 위상을 밀어내는 것이 아닌 애써 설치한 여성가족정책관이 여성인권과 성평등 정책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보완개선 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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