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군수, 뇌물사건 터지자 '돈 빌린 것으로 하자' 제안
내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추가 기소

차정섭(66) 함안군수가 뇌물사건이 터지자 차용증을 써주고 돈을 빌린 것으로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대해 차 군수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지법 4형사부(재판장 장용범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차 군수에 대한 4차 재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차 군수에게 5000만 원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처벌을 받은 이현석(71) 함안상공회의소 회장, 두 사람 사이에서 돈 심부름을 한 차 군수 친구 ㄱ(66)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이 '빌려준 것'이냐고 묻자 이 회장은 "그 당시 차용이 아니라 친하니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고, '차 군수가 갚겠다거나 차용증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또 5만 원짜리 뭉칫돈을 준 이유에 대해 "계좌번호도 모르고, TV 보니까 공직자들이 현금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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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정섭 함안군수. / 박일호 기자

특히 검찰이 주장한 '차 군수 증거인멸 시도' 정황이 이 회장과 ㄱ 씨 증인신문 과정에서 자세하게 드러났다. 차 군수와 이 회장 사이에 지난 2월 28일 돈이 오가고 나서 3월 15일 1차로 차용증이 작성됐다. 차용증에 돈 갚을 사람은 차 군수가 돈 심부름을 한 ㄱ 씨였다.

이 시점은 경찰이 군청 압수수색과 비서실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체포(13일)한 데 이어 구속한 날(15)이다. 이후 부동산개발업자 등이 뇌물공여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고, 4월 1일 차 군수 1차 소환, 4월 17~19일 이 회장 체포와 구속, 20일 차 군수 2차 소환에 이어 26일 구속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4월 15일 마산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데 이어 이튿날 저녁에 함께 ㄱ 씨 집에 찾아가 다시 차용증을 작성했다. 돈 심부름을 한 ㄱ 씨가 15일 경찰 조사를 받고 온 뒤였다. 차용증 내용은 ㄱ 씨가 2017년 2월 25일 이 회장으로부터 빌린 5000만 원을 연이자 5%를 적용해 연말까지 갚겠다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대비해서 증거인멸 하려고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회장은 머뭇거리다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차 군수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검찰 공소사실대로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느냐고 물었고, 이 회장은 "말이 어려운데 상의 회장이다 보니 그런 경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5000만 원을 선의로 줬는데 독으로 돌아왔다", "경찰 수사가 되니까. 부랴부랴 차용증 만들지 않았겠나"고도 했다.

이와 관련, 이 회장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지난 1일 뇌물공여죄를 인정해 이 회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회장 사건은 항소를 포기함에 따라 형이 확정됐다.

ㄱ 씨는 1차 차용증 작성에 대한 검찰 질문에 "차 군수가 보자고 해서 갔는데 '내가 차용증 쓰기는 그렇고 그때 네가 돈을 받았으니 차용증을 좀 써달라'고 해서 의심도 없이 믿고 부르는 대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경찰조사 받고 와서 또 2차 차용증을 써 준데 대해 '증거인멸이고 허위작성은 범죄행위라 생각하지 않았나'고 묻자 "꺼림칙하긴 했지만 법을 잘 몰라 그런 생각까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이 내주에 차 군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기소하기로 함에 따라 재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재판은 내달 7일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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