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대한 세무조사와 부당거래 실태조사가 왜 정치권의 핫이슈로 등장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해야 될 일이고 필요성을 공감하는 일이라면 왜 정치권이 왈가왈부 간섭하는가. 결과가 나오면 법대로 집행하면 그만 아닌가.” 이같은 여론은 언론개혁의 본질이 정치논리에 의해 흐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판국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물건너 일본에서 자신의 집권당시(94년) 실시했던 언론세무조사 회고담을 털어놔 파장의 폭을 더욱 넓게 만들어 놓았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그는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7년전 언론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의 비리와 도덕적 해이감이 언론계를 지배하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이같은 발언이 왜 나왔는지에 대해서 구태여 호기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라면 적어도 이 나라 언론의 바로서기가 문민정부를 이끈 한 통치권자에 의해 절대적 기회를 놓치게 했다는 엄연한 역사적 회의감을 통찰케 해 준다. 언론사주들의 비리와 부정이 기업존립을 위협할 만큼 많았다면 언론개혁의 개시일은 당연히 그때가 됐어야 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새 밀레니엄을 맞은 한국의 언론계가 지금처럼 곪아 터져나지는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그가 언론계를 위해 그런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강변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그 조사결과를 토대로 어떤 정치적 거래가 없었을 것이란 사실을 보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우리가 주시하는 바는 ‘조사결과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하면 안될 것 같아 딱 잘라 얼마만 추징하라고 지시했다’는 대목이다. 이는 언론사들의 탈세에 관한 것이다. 탈세 사실이 적발됐다면 적법처리하는 것이 원칙이요 정도다. 그걸 통치권자가 임의대로 처리했다는 사실부터가 정언유착의 실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러나 하나의 피치못할 당면 과제를 환기시켰다. 뭔가하면 세무조사 결과에 관한 것이다. 그는 자신은 당시 힘있는 대통령이었으므로 세무조사가 가능했지만, 이번은 언론사 협박용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이중논법이다. 자신이 공개하지 못한 인과관계를 김대중 현 대통령이라고해서 어떻게 깨뜨리겠느냐고 설문한 것이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은 모든 오해의 소지를 벗기 위해서라도 이번의 세무조사 결과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공개하므로써만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고 나아가서 정치적 공방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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