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그릴 수 있게 끌어주는 존재
여성청소년 꿈 키워준 장관 발탁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나 지도자 혹은 스승을 흔히 '멘토'라고 칭한다. 거창한 말 같지만 본받고 싶은 존재, 따라하고 싶은 존재도 될 수 있겠다. 회사원일 경우 자신의 업무를 갈고닦은 후 미래에 내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을 말할 수 있다. 멘토는 청소년들이 진로를 정할 때 혹은 장래희망을 정할 때 고려하기도 하지만 사회구성원이 된 후에도 멘토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 이번 주에 퇴사 통보를 했으니 '다녔다'가 맞겠다. 저번 주가 입사한 지 딱 일 년째 되는 날이었고 일 년하고도 하루째 되는 날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회사에는 퇴사 후 가고 싶은 다른 직장이 있다고 말했다. 말리는 사람도 있었고 잘한 선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네가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잘 판단해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가치는 이 회사에 계속 있었을 때 미래의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지를 그려 보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고 좀 더 뚜렷한 미래가 그려지는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을 결정했다.

내가 몸담고 있던 회사의 직원은 모두 일곱 명이다. 모든 구성원이 일당백이 되어 여러 가지 일을 멀티로 해야만 하는 작은 조직이다. 조직의 규모상 직급이 없고 상하관계를 따지지 않는 수평적 구조다. 결재라인이 없다. 달리 말하면 고작 일 년 미만 경력을 가진 나도 우리 회사에선 내가 맡은 업무에 대해 최종 책임까지 져야만 했다.

마치 게임의 최종 단계를 향해 나아가면서 하나하나 퀘스트를 깨 나가는 것처럼 일을 진행했다. 시스템이 결여된 조직에서 소모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가 일을 맞게 하고 있는지 아닌지 나를 지도해줄 멘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멘토가 없다는 것은 미래의 내 모습을 그릴 수 없기도 했거니와 하루하루 안갯속을 헤쳐나가는 느낌이었다.

얼마 전 한 대중강연가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초등학생을 상대로 강연한 내용을 업로드했다. 그는 강연에 앞서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에 대해 질문했는데 한 여학생이 손을 들고 외교부 장관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수많은 대중강연을 다녔지만 여자 초등학생이 외교부 장관이라고 답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장관을 꿈꾼 수많은 여학생은 그동안 여성이 외교부 장관이 된 일이 없었기 때문에 꿈을 꾸기를 망설였을지 모른다. 외교부 장관을 꿈꾸는 여학생에게 강경화 장관은 개척자이자 멘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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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여성이 어떤 분야의 유리천장을 깨고 처음 진출하는 것은 여성 청소년들에게 큰 희망을 준다. 즉, 청와대에서 내각 구성 때 여성에게 30% 할당하는 것은 단순히 여성에게 기회를 더 많이 준다는 의미를 넘어 여성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기회의 폭을 넓혀 주는 것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이 많이 진출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을 하면서 멘토를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꼭 직장 안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여 성공을 거둔 선배나 스승이 있다면 그의 길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그 멘토가 여성이라면 더없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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