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없는 이력서' 도입
"공공부문부터 의무화할 것"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공공부문 하반기 채용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전면 시행하기로 한 것은 실력과 인성만으로 평가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실력을 겨룰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고 채용에서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심사가 이뤄져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 문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밝혀온 생각이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지론은 대선 기간 방송연설과 토론회, 거리 유세 등을 통해 여러 번 표출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SBS를 통해 방송된 대선후보 연설에서 "청년들이 공정한 출발선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4월21일 페이스북 라이브에 출연했을 때는 일자리와 관련해 "블라인드 채용을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졸이든 고졸이든 명문대든 지방대든 실력으로 겨뤄야 한다"며 "불필요한 스펙을 요구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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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시행.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주장은 대선 공약에도 반영됐다.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의 청년 일자리 공약 중 하나가 '스펙 없는 이력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력서에 사진, 학력, 출신지, 스펙 등 인사 담당자에게 선입견과 차별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실력과 인성만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스펙 없는 이력서'가 청년 일자리 공약 항목에 포함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블라인드 채용 전면 도입은 결국 청년 일자리 정책과 맥이 닿아있다.

심각한 청년 실업 자체도 문제지만, 이른바 '금수저' 출신은 부모의 '백'이나 학벌 등 실력과 관계없는 요소로 쉽게 취업하는 불합리한 채용 관행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평범한 젊은이들은 실력이 있고 '금수저' 출신보다 몇 배로 노력해도 취업 문을 열기 어려운 현실이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채질한다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새 정부 출범을 이끈 촛불집회도 '금수저' 정유라씨의 편법 입학과 각종 특혜가 도화선이 된 만큼 문재인 정부는 청년들의 박탈감과 분노를 소홀히 대할 수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에 '채용방식만 바꿔도 사회정의를 앞당길 수 있다'를 메시지를 담아 기회균등과 공정사회를 향한 첫걸음으로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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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매주 금요일 영상메시지 형태로 공개한 '주간 문재인'에서 '스펙 없는 이력서'를 주제로 다루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현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고민정 전 KBS 아나운서를 실례로 들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2003년 처음으로 도입된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KBS에 입사했다.

문 대통령은 "KBS가 2003년부터 5년 동안 블라인드 채용을 했는데 이 시기 명문대 출신이 70∼80%에서 30% 이하로 줄고 지방대 출신 합격자는 10%에서 31%로 크게 늘어났다"며 "편견이 개입되는 학력과 스펙, 사진을 없애니 비명문대도, 지방대도 당당히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민정 부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블라인드 채용으로 KBS에 입사한 것 자체만으로도 수많은 대학생들에게 롤모델로 여겨졌다"며 "기회의 문이 열린다는 것은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굉장한 희망이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김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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