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턴가 서울방송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국산 애니메이션인 <큐빅스>가 방영되고 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큐빅스는 국내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지난해 8월 11일부터 미국 워너브러더스사의 어린이용 네트워크 방송인 ‘Kid's WB’를 통해 미국 전역에 방영된 작품이다. 당시 큐빅스는 전세계를 풍미하던 일본 애니메이션 <포케몬>과 당당히 겨루며 시청률 1, 2위를 다퉈 화제를 뿌렸다.
우연찮게 지난 주말 큐빅스 제작사인 ‘씨네픽스’의 조신희 사장(40)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큐빅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조사장이 내놓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몹시도 불투명했다. “우리나라는 창의적인 시나리오 작가가 도저히 만들어질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한 마디로 시나리오 작가를 해서는 우리나라에서 먹고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히트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파이널 판타지>가 잠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땀구멍까지 보일 정도로 실사영화에 버금가는 3D 특수효과가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유인즉슨 시나리오가 정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떤 특수효과가 가미됐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소영이 주연했던 영화 <구미호>를 찍을 때 카이스트 팀이 할리우드 뺨치는 특수효과를 만들어냈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기도 했잖은가. 그러나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그런 특수효과는 관심에서 멀어진다. 특수효과는 사라지고 이야기가 읽히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디즈니를 비롯한 세계 메이저 애니메이션사들은 어떤 비결을 가지고 있길래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걸까. 탁월하고 창의적인 시나리오 작가가 미국에만 있기 때문일까. 조사장은 이에 대해 ‘팀워크’가 비결이라고 이야기한다. 시나리오 작가의 재능도 중요하겠지만, 그들은 절대 개인이 아닌 팀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각 팀원들은 맡은 바 역할에 따라 전반적인 시장흐름을 조사하기도 하고, 주기적으로 소비자 기호도 파악하며, 시나리오 구성에 필요한 각종 소재도 찾아주는 등 작가가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만화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저력은 작가의 개인 능력 외에 ‘만화PD’라는 지원시스템에서 비롯된다. 만화PD는 수시로 독자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그 내용을 작가에게 제공한다. 물론 스토리 구성에 필요한 소재나 재료를 찾아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 마디로 좋은 스토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문화활동을 ‘제 잘난 맛’에 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최소한 프로 문화예술인들에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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