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자 78명 중 75등… 삶은 경쟁이 아닌 도전인걸요
일주일간 250㎞ '사하라'횡단 터질듯한 숨·42℃ '극한 속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서 배운 지혜 두려움 넘어선 내일의 희망으로

"지금 도전을 망설이는 이 시대의 청춘에 힘이 되고 싶어요."

이광훈(25·경남대 경영학과 3년·김해시) 씨. 얼마 전 그는 '사하라 사막마라톤'에 참가해 여덟 명의 다른 한국인 선수와 함께 사막을 달렸다. 비록 순위는 78명 중 75등으로 최하위권이었지만 목표가 기록이 아닌 '완주'였기에 상관없었다. 이 씨는 무언가에 도전하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사막마라톤에 도전한 이유와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사막마라톤에 마음을 뺏기다

이 씨는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2017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하라 사막마라톤'에 참가했다. 음식과 옷, 침낭, 구급약품 등 생존 물품을 담은 15㎏의 배낭을 메고 일주일 동안 250㎞ 사막을 횡단하는 아주 극단적인 마라톤 대회다.

"첫날부터 4일 차까지는 8~9시간 정도의 제한시간을 두고 구간별로 40~45㎞를 달립니다. '롱데이(Long-day)'라고 부르는 5일 차는 24시간 안에 82㎞를 횡단해요. 속도가 느린 참가자는 밤을 꼬박 새우면서 달려야 합니다. 제한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탈락하는 서바이벌 형식이거든요. 그리고 6일 차엔 하루를 쉬고, 마지막 날에는 제한시간 없이 10㎞를 달립니다."

사하라 사막마라톤 대회는 세계 4대 극지 마라톤 중 하나다. 4대 극지란 뜨거운 사하라 사막,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 바람이 많이 부는 고비사막, 몹시 추운 남극을 말한다. 이 씨는 평소 극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단단해지고, 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2년 전에는 필리핀 팔라완이라는 무인도에서 친구 아홉 명과 일주일 동안 살기도 했다. 군 시절, 이 씨는 소위 성공한 사람의 가치관이 궁금해 자기계발서를 서른 권 정도 읽었다. 그중 사막마라톤에 도전했던 이들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에 마음을 뺏겼다. 그들의 특별한 경험이 이 씨의 가슴을 뛰게 했다.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열린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참가한 이광훈 씨. 매 순간 인내력의 한계까지 가야 했다. /이광훈

"사막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제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사막은 아무나 들어가서 횡단할 수 없는 곳이잖아요. 그나마 이런 대회가 있으니까 일주일 동안이라도 사막을 지겹게 볼 수 있고 느낄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이 씨는 취업 준비를 하고, 스펙을 쌓아야 하는 4학년이 되기 전에 꿈꾸던 사막마라톤에 참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3학년 2학기를 마친 뒤 휴학을 하고 800만 원 정도인 대회 참가비를 모으며 체력을 단련하려는 생각이었다.

체력 단련은 둘째 치고 참가비 800만 원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았다.

"소셜펀딩 사이트에 '꿈꾸는 청춘'이라는 프로젝트를 올렸어요. 그렇게 200만 원을 모을 수 있었죠.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사비로 200만 원을 지원해주시기도 했죠. 나머지 400만 원 정도는 삼각 김밥 공장, 식당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았어요."

◇가슴 뛰는 도전에 행복 느껴요

상대적으로 체력 훈련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무렵까지 야구를 했던 그이기에 체력은 자신 있었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 두 달 동안 매일 15㎏ 배낭을 메고 20㎞ 등산을 했다. 막상 대회에 참가해보니 그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막에서는 매 순간 인내심의 끝자락까지 가야 했다. 점심 무렵이면 기온이 섭씨 42도까지 올라갔다. 숨을 쉴 때마다 코와 목이 메마른 것 같았다. 대회 3일 차부터 체력에 한계가 왔다. 4일 차 구간에서는 제한시간을 겨우 6분 남기고 구간을 통과했다. 발가락엔 물집이 생기고 발톱이 곧 빠지려 했다. 발이 부어서 5일 차 82㎞를 달리는 것도 무리였다.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에 저녁도 먹지 않고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하지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후원하고 응원해줬던 이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 씨는 결국 완주를 택했다. 이 과정에서 발톱이 여덟 개나 빠졌다.

"대회를 포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출발 4시간 전에 일어나 계속 다리를 주무르고 스트레칭을 했어요. 진통제도 서너 개 먹으니 다리가 조금씩 움직이더라고요."

전체 대회 참가자 114명 중 75등. 36명이 기권해 78명이 완주를 했으니 완주자 중에서는 거의 마지막인 셈이다.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참가한 광훈 씨. /양청 인턴기자

"최하위권으로 들어왔는데, 딱 준비한 만큼 기록이 나왔기에 마치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겨진 기분이 들었어요. 대회 출발 전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과 달리 완주했을 때의 기분은 생각보다 그리 좋지 않았죠. 몸 상태도 별로였고 대회 준비를 소홀히 한 것도 티가 나 저 자신에게 실망스러웠거든요."

사막마라톤 완주는 거창한 포부나 뚜렷한 목표의식보다는 단순한 이끌림에 의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이를 통해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게 있다고 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실패를 두려워하며 망설이지 않게 된 것이다. 목표로 삼았던 도전을 하나씩 이루어가며 점점 자신감도 생겼다.

이 씨는 지금 4대 극지 마라톤을 완주해 그랜드슬래머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2017 칠레 아타카마 사막마라톤'에도 가능하면 참가할 예정이다.

"전에는 여러 기업에 참가비 후원 제안서를 냈는데 아마추어에다가 참가 기록도 없다 보니 다 거절당했어요. 이번에는 기록도 경험도 있으니, 제안서도 다시 써 보려고요. 또 더 다양한 방법으로 참가비를 모아볼 생각이에요. 이번에는 훈련도 제대로 할 거고요."

분명히 이 씨의 도전은 취업 준비로 바쁜 요즘 청춘에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힘들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고, 그러니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자고 또래 청년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하고 싶은 도전을 망설이는 걱정 많은 청춘이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일도 하고 자신이 가슴 뛰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두 눈 꼭 감고 도전해보면서 얻는 경험이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 데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관련기사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