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별정직 채용 전력 지역농협 2만 명 제외
중앙회 3만여 명 전환 추진 내실 있는 결과 나올지 주목

농협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실 있는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농협중앙회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을 위해 지난달 25일 '범농협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했다.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지역별 조합 운영협의회 의장, 각 계열사 대표 등 27명으로 구성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각 계열사 총직원 수는 3만 52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 검토 대상은 명퇴자 재채용, 산전 후 대체직 등을 제외한 5200여 명이다. 전체 인원 대비 14.9% 수준이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정규직 전환을 단계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는 견해다.

하지만 벌써 '무늬만 정규직'에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과거 사례에 따른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7년 7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비정규직 2100여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농협은 300여 명을 '업무직'이라는 별정직으로 채용했다. 비정규직법의 '차별대우 불가' 조항을 피하기 위한 '정규직 아닌 정규직'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후 이들은 신설된 7급(기존 6급 체제)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들은 고용 안정을 이뤘지만, 6급 승진 전까지 매해 임금 동결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농협은 최저 임금 법망을 피하기 위해 상여금·복리후생비를 삭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현권(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업무직 직원에게 삭감한 상여금은 4억 1100만 원(128명 해당), 복리후생 중식비는 15억 8500만 원(695명)이었다. 또한 미지급 업무활동비는 22억 9900만 원(1340명), 미지급 복지연금액은 13억 5900만 원(851명)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농협이 최저 임금 위반을 피하려고 업무직 등에 복리후생비·정기 상여금 일부를 삭감해 산출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사무금융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무기계약직에서 업무직으로, 업무직에서 최하위 7급으로 돌려막기식 전환을 당한다.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복리후생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전국 1131개 지역 농·축·품목조합 소속 2만 명 넘는 비정규직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전국사무금융노조는 지난달 31일 '지역농협 차별 없는 정규직 전환 요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농협 비정규직은 대부분 최저임금에 노출돼 있다. 이러한 차별 시정을 하지 않은 채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농협중앙회의 언론플레이"라고 꼬집었다.

농협중앙회는 '정규직 전환 추진' 뜻을 밝힌 지 한 달 가까이 흘렀지만, 구체적 실현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홍보실 관계자는 "지난달 위원회가 구성됐기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처우 부분에서도 정해진 것이 없기에 현재로서는 뭐라 말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큰 기대감을 안고 있는 분위기다. 경남 도내 농협 한 관계자는 "우리 사업장 같은 경우 마트 계산 직원이 많다. 이들은 영업지원직이라 해서 2년 계약직이다"라며 "농협중앙회 발표 이후 크게 술렁거렸다. '100% 다 전환될 것'이라는 얘기서부터 '성별로 나눠 순차적으로 할 것'이라는 등의 말들이 오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달 안에 구체적 방침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가 있어 지금은 차분히 기다리고 있다"며 "새 정부 분위기가 있어 급여·복지에서 후퇴하지 않는 실질적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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