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저수지 미술관 건립 소송이 남긴 의미]
창원 동읍 난개발 관련 판례 남겨
지자체 타당성 확보
재판부, 사진작가보다 '기꺼이 철새 편 들기로' 결정

"이 법원은 '철새를 사랑하는 사진사'의 마음에 공감하기는 하지만 기꺼이 철새의 편을 들기로 한다."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 인근에 사진미술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은 창원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재판부가 판결문 결론에 고심한 심정을 담아 남긴 글귀다. 지난 20일 창원지법 1행정부(재판장 정석원 부장판사)는 한 건설사가 창원시 의창구청장을 상대로 건축불허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청구를 기각했다.

이 건설사는 창원시 동읍 월잠리에 기존 1층 식당(215㎡)을 헐고 2층(총면적 1551㎡) 규모 사진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건설사는 철새 사진작가인 이사의 제안을 받아 주남저수지 보호와 시민에게 철새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알리고자 사진미술관을 지으려 했다.

그러나 창원시는 철새 서식환경에 미칠 악영향과 주변 난개발 우려 등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곳은 주남저수지와 70m 정도 떨어져 있는데 건설사는 2층(366㎡)에는 커피숍을 열 계획이었다.

'주남사진미술관' 사건은 개발 몸살을 앓는 주남저수지와 관련해 벌어질 수 있는 소송의 판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보다 보전" = 건설사 측은 개발 가능한 1종 일반주거지역인데도 창원시가 불허한 것은 용도지역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취지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남저수지는 배후습지성 호수로서 다양한 철새들의 휴식과 채식장소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적인 습지조약인 람사르습지 기준치를 웃도는 많은 철새가 도래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며 "사건 토지는 조류 집단서식지인 주남저수지와 연접해 1종 일반주거지역에 있더라도 보전 필요성이 높은 곳"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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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남저수지 전경. / 연합뉴스

◇"재량권 남용 아니다" = 건설사 측은 창원시가 설정한 '건축예정지는 개발 가능한 제외지역'인데 이를 어겼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창원시는 주남저수지 주변 철새서식지 보전과 주변 개발의 조화를 위해 지난 2005년 '주남저수지 주변 농경지 피해범위 및 지속가능한 개발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거쳐 저수지 주변을 관리지역(철새 보호지역), 완충지역(철새와 주민이 공존 가능한 지역), 제외지역(개발가능한 지역)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재판부는 "개발계획은 행정청 내부 사무처리 기준에 불과해 대외적인 기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창원시 처분이 재량의 남용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 창원시가 5년마다 관리·완충지역으로만 구분 관리하는 내용의 종합관리계획을 시행해오면서 지난 2012년 8월부터 수면에서 200m 이내 지역에 대해 환경성 검토를 거쳐 인허가를 하는 등 개발행위·건축허가를 처리하는 점을 인정했다.

◇"선제적 피해 차단은 타당" = 특히 건설사는 '방문자와 차량 불빛, 건물 불빛이 철새 서식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창원시의 건축불허 이유에 대해 막연한 추측이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창원시는 철새 동향 파약을 위해 매년 2차례 철새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하고, 조류박사를 공무원으로 고용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는 등 철새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방법과 결과 예측을 위한 분석도구를 갖추고 있다"며 "미술관이 철새에게 우호적으로 지어졌을 경우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도 있지만 만일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창원시가 선제적으로 건물 신축을 막는 것은 타당하다"고 정리했다.

◇"형평에 반하지 않는다" = 건설사 측은 창원시가 인근에 2009년 1건, 2014년 2건 건축허가를 한 점을 들어 미술관이 공익적인데도 건축불허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창원시가 람사르문화관 옆에 판매점·휴게시설 등을 짓는 점도 꼬집었다.

현장검증도 한 재판부는 "철새도래지 중요성이 인식되기 전부터 개발행위가 이뤄진 결과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공장이나 식당 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창원시는 2014년부터 환경단체의 이의제기로 저수지 주변 개발과 건축 인허가 업무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 이런 점에서 인접한 건물들과 형평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람사르문화관 옆 탐방객편의센터에 대해서는 수많은 관광객의 질서있는 철새 관광을 하게 하고, 철새에게 편안한 서식지를 제공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 특산물판매장은 저수지를 생활근거지로 삼는 농민들의 철새 보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동기 부여라는 창원시 주장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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