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검증·추경 등 각종 논란에 잇따라 정부 대변

요즘 각종 현안, 특히 문재인 정부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충돌하는 사안에서 가장 앞장서 정부를 대변하는 사람은 뜻밖에 여권 인사가 아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치밀한 논리와 현란한 입담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노회찬(정의당·창원 성산) 의원이 주인공이다.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갈등부터 추가경정 예산안,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워싱턴 발언' 논란 등 무엇 하나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다.

주요 공격 대상은 예의 한국당이다. 노 의원은 한국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요구하자 "민정수석이 인사 검증을 제대로 못했다면 비판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현 상황에서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을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다. 특히 국정농단 개입과 개인 비위 은폐 의혹을 받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 보호에 급급했던 한국당이 이런 주장을 하는 데 많은 국민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사퇴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혼인무효판결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인사와 추경안 심의 연계도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노 의원은 13일 교통방송과 인터뷰에서 "세수가 많아져 10조 원 정도가 더 걷혔고, 그 돈을 좋은 데 쓰겠다는데 이걸 반대하고 있다"며 "인사는 인사고 추경은 추경 아닌가. 제1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줄 사안이라는 건데 제정신이 아니다. 늪에 빠져 있는데 늪인지 물인지도 모르고 몸부림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한국당이 색깔 공세를 퍼붓는 문정인 특보 발언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옹호했다. 문 특보는 지난 16일 미국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노 의원은 20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런 이야기를 하라고 특보에 임명된 거고, 특보 역할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내가 볼 때는 미국 측도 이미 만지고 있던 카드다. 미국과 한국이 서로 협력하는 과정에서 역할이 다를 수도 있는 거고, 한국이 미국을 맹종하는 게 동맹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5·18 37주년 기념사, 현충일 추념사,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 등에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를 들었다"(6·10) "문장 문장마다 손뼉치지 않을 수 없었던 역사적 연설"(5·18)이라는 것이었다.

노 의원은 최근 자신의 행보와 관련해 "야당이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필요는 없다. 여야 간 공수만 바뀌는 것은 낡은 정치"라며 "정의당은 비록 야당이지만 정치가 국민 상식에 비추어 뭘 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는지 모범적으로 보여주면서 새로운 정치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의당 안팎에서는 일부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 게 사실이다. "노 의원뿐 아니라 정의당 전체가 문재인 정부 편을 너무 드는 것 아니냐"는 정서도 적지 않다고 한다.

노 의원 측은 "억지로 편들기 위해서,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가 결코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니만큼, 이 정부가 잘돼야 혁명이 성공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을 뿐"이라며 "그리고 객관적으로 봐도 새 정부가 잘하고 있지 않나. 반면 한국당은 퇴행적 모습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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