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 판매 수익금 추모관 건립에 후원 시민의식 조사·거리 선전전 펼치기도
창원 명곡고·중앙고, 김해 장유고 등 '100개 작은 소녀상 세우기'운동 동참
'명예인권회복' UN 탄원서 제출도

지난 2일 창원시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나섰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와 관련한 피켓을 손수 제작해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관련 내용을 제대로 아는지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이날 시민 역사의식 조사에 나선 창원 용호고 정세향(2년) 학생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고초를 당한 게 우리 나이 때였다. 그분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기억하고 싶어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위안부 문제 등 역사에 관심을 두는 학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은 관련 내용을 공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지 제작부터 학교에 '작은 소녀상' 세우기, 시민의식조사 등 다양한 형태의 역사 바로 알기에 동참하고 있다.

창원 용호고 역사동아리 반크 캠페인 모습.

◇바자회 열고 배지 제작해 위안부 할머니 돕는 학생들 = 지난 2일 창원 성민여고 학생회는 의미 있는 벼룩시장을 개최했다.

학생들은 캘리그래피, 재능기부, 음식 판매 등을 통해 75만 5150원 수익을 냈고, 이를 모두 일본군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모임에 전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교생이 위안부 할머니께 안부를 묻는 편지를 써 의미를 더했다.

마산무학여고 자율동아리 '리멤버(Remember)'는 2년째 배지를 제작해 판매 수익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쓰고 있다. '리멤버'는 위안부, 독도, 동북공정 등 다양한 역사 문제를 알리고, 잘못된 역사 인식을 바꾸고자 지난해 만들어진 무학여고 학생모임이다.

마산무학여구 리멤버가 만든 위안부 배지.

'리멤버'가 제작한 배지는 웃는 소녀 얼굴을 형상화했고, 머리에는 물망초 꽃 모양의 머리핀을 앉혔다.

1차 판매가 끝난 후 전국 각지에서 배지 구매 의사를 밝혀와 최근 2차 판매를 진행 중이다.

리멤버 김조은 학생은 "재능 기부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다. 할머니께 내가 직접 디자인한 배지를 달아드릴 때 가슴이 울컥했다"면서 "배지를 판매하면서 친구들과 위안부 할머니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배지 판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위안부 피해할머니 추모관을 건립하는 데 후원하고, 할머니들의 생활과 복지, 증언 활동을 위해 쓰도록 기부했다.

◇'작은 소녀상' 세우기에도 동참 =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서울 이화여고에서 시작한 '대한민국 100개의 작은 소녀상 건립운동'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도내 학교에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지난달 29일 창원 명곡고가 도내 1호 '작은 소녀상'을 건립한 이후 양산 효암고와 창원중앙고, 김해경원고, 김해 장유고 등이 위안부 문제를 널리 알리고 올바른 역사의식 고취를 위해 작은 소녀상을 연이어 건립했다.

또, 김해 임호고, 밀양 세중중, 사천 용남고 등도 조만간 학교에 '작은 소녀상'을 설치할 예정이다.

작은 소녀상

도내 학교에 세워진 '작은 소녀상'은 학교 차원이 아니라 모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나서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자체 모금 방안과 활동 계획서 등을 써 학교 승낙을 받았고, 직접 친구들을 설득해 설립비용을 충당했다.

양산 효암고 정아현 학생은 "우연히 뉴스를 통해 전국 고교 100곳에 작은 소녀상 세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의기투합해 소녀상 건립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내 1호 '작은 소녀상'을 설치한 창원 명곡고 정광규 교장은 "학생회에서 작은 소녀상을 설치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고 몇 차례 교내 회의를 거쳐 순수한 학생들의 뜻에 힘을 실어주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학생과 교직원, 졸업생이 좋은 의도에 동참해줘 이른 시일 내에 설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은 소녀상 건립운동에 동참한 창원 중앙고 학생들.

◇세계로 뻗어가는 운동 = 창원 동진여중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에서 주관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인권회복을 위한 UN 탄원엽서 보내기 운동에 참여했다.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반인권성을 알리고,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UN에 전달했다. 또, 창원 안남중은 학생들이 일일 카페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창원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전달하고, 나래울 팔찌 판매 수입과 자체 모금 활동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후원에 참여하기도 했다. 

일일 카페 수익금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게 전달하는 창원 안남중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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