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고대 가야사 복원사업을 언급하자 영·호남 지자체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해당 지자체들이 저마다 가야사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우려와 염려 목소리 또한 높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지자체들이 동분서주하는 행태는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받는 게 필요한 기초지자체 처지에서 줄 서기를 하는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라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야 중앙정부가 눈길이라도 한 번 더 준다는 경험이 있는 기초지자체들을 마냥 나무라기는 곤란하다. 문제는 대통령 말 한마디로 우리 고대사에서 공백으로 남아 있던 가야사가 하루아침에 규명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가야사 복원사업은 필요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게 정상이다. 특히 문헌자료가 부족한 가야사 연구는 그동안 유물발굴사업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특정 고분군을 바탕으로 해 문화재단지 조성사업이 사실상 전부로 될 수밖에 없던 사정이 있을 뿐이다. 바로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일선 지자체 문화·관광담당자들의 주장이 타당하고 일리가 있다. 즉, 문화재구역 지정은 결과적으로 토지개발을 막기 때문에 이후 민원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에도 해당 지자체들이 유치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초지자체들 재정은 하나같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만큼 사정이 딱한 현실 때문이다. 기초지자체들 재정 상황을 뻔히 알면서 대통령이 매우 추상적이고 애매한 사업을 풍선 띄우기 하듯 언급하는 건 문제다. 물론 대통령 말 한마디가 사업의 성패를 정치적으로 보장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파장 효과를 고려해서 완급조절이 필요하다.

영·호남지역에서 다수 지자체가 해당하는 가야사 복원사업은 기초지자체들 몫이 아닐 수도 있다. 유물발굴 사업을 상당히 끝낸 지역들을 가야사라는 공통 단어로 연결하는 사업은 어쩌면 중앙정부 몫일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가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계획이나 방안을 세우고 지자체들과 협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옳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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