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여성가족정책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경남도의회에 상정했으나, 도의회 상임위가 조직개편안 심의를 애초 20일에서 29일로 연기했다. 도내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확산하는 가운데 신중하게 개편안을 처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무릇 기존 행정 조직을 개편하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애초 보건복지여성국 부서였던 여성정책과는 김두관 전 도지사 재임 첫해인 2010년 행정부지사 직속인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승격했다. 다양한 여성 현안에 대처하고 성평등을 강화하려는 필요한 조직 개편으로 받아들여졌다. 여성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성평등 진척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여성계는 여성 전담부서의 실·국 승격이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여성가족정책관을 원래 조직으로 되돌리려는 경남도 태도는 여성정책의 명백한 퇴행이다.

경남도는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여성 정책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발상인지 묻고 싶다. 일자리 창출·4차 산업혁명 대비라는 시대적 현안이 떠오르고 있다면 여성정책도 그에 맞게 새롭게 추진해야 하는 때이지, 여성정책 부서의 몸집을 줄일 때가 아니다. 여성은 일자리 문제나 산업혁명의 전환기에도 여전히 취약 계층일 수밖에 없다. 다른 광역 지자체의 경우, 서울시는 여성가족정책실 산하에 여성정책담당관을 두고 있고,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에도 여성정책관이 있다. 경남도는 여성 전담부서 위상이 경남도보다 낮지 않거나 더 높은 지자체를 본받아야 한다.

여성정책관 폐지는 2015년 홍준표 도정에서 전국 최초로 양성평등기금을 폐지했던 일에 이은, 경남도 여성정책 퇴보의 2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홍 지사도 여성정책관에는 손대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경남도의 행보는 여성정책에 관한 한 홍준표 도정보다 더한 역행일 수 있다. 더욱이 조직개편 같은 일은 권한대행 체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권한대행의 위상은 선출된 단체장과 같을 수 없으므로 도정 운영에서 자신의 역할은 최소한에 그쳐야 함을 류순현 권한대행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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