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남성인사 비뚤어진 성인식
여성에 대한 관점, 인사 검증 기본 돼야

요즘 문재인 정부의 내각 인선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인사청문회를 보고 있으면 인사배제 5대 원칙(병역 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없을까 싶다가도 인수위도 없이 바로 시작하는 정부의 어려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나라도 걸리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이러한 엄격한(?) 잣대에 미안하지만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여성에 대한 낮은 인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성 평등 대통령,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한 바 있다. 그리고 임기 중 남녀 동수내각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 장·차관 비율을 단계적으로 50%까지 확대·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약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의 인선이 구색 맞추기 식 발탁이 아니라 피우진 보훈처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요직에 여성을 중용하는 파격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인선된 남성 고위 공직자들의 여성에 대한 관점은 파격적으로 낮아 보인다. 철회되기는 했으나 국정기획위가 '인명피해가 없는 한두 번의 음주운전과 성희롱'은 공직 배제 대상이 아니라는 인사검증 기준안을 내놓은 것 또한,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관점이 얼마나 낮은지 짐작하게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금요일 갑자기 사퇴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가 아닐까 싶다. 문제가 되었던 <남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있는 일부 대목은 남자들의 야만성을 비판하려 인용한 구절이라고 하니 넘어간다 하더라도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성을 돈으로 사려는 사내는 지천으로 깔려 있다",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최종 목적을 달성하고 싶은 것이 사내의 생리다" 등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러한 인식은 우리 사회의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를 정당화시켜온 대표적인 기제로 작동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또한, 오래된 일이라고는 하나 여성의 의사에 반해 허위 혼인신고를 한 전력은 기본적인 여성에 대한 관점, 성인식이 얼마나 낮은지 보여준다.

이와 함께 논란이 되는 또 다른 인사는 탁형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다. 탁 행정관 역시 본인이 썼던 책에서 "다소 파인 상의를 입고 허리를 숙여라, 젖무덤이 살짝 보이는 정도라면 남자는 순간 숨이 막힌다" 등의 여성 비하적 표현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십 년 전 펴낸 책이며 현재는 여성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배우 문성근 씨는 "흔들리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고 공개 응원하기도 했다. 여성 비하적 표현, 낮은 성인식이 큰일(?) 하는 남성들에게 별문제 되지 않는 사소한 일, 젊었을 때의 치기 정도로 이해되는 듯한 이 느낌, 지난 대선 돼지발정제 논란 당시 홍준표 후보가 보인 태도와 왠지 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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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면 충분히 해명하고 사과하고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이지 이 정도 별것 아니니 흔들리지 말라는 식의 무시는 적절하지 않다. 탁형민 행정관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문성근 씨의 태도와 같지 않기를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의 임명에서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했다. 국민의 절반은 여성이며 따라서 여성에 대한 관점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 검증에서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인사 검증과정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줄이고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거는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지 않게 할 것이다. 성 평등은 민주주의 기본적인 전제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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