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로 뽑힐지 관심, '이념 무장' 전략적 강조
내년 지방선거 부활 기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강렬한 모습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재등장했다.

한두 달 전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막말을 퍼붓던 그때 그 '스트롱맨' 그대로였다.

홍 전 지사는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재건하고 혁신하겠다"며 "보수는 안일하고 나태했다. 영원히 집권할 것처럼 오만했다. 처절하게 반성하고 근본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사달(?)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터졌다. 홍 전 지사는 "질문이 조잡스럽다"고 모 기자를 타박하는가 하면 "강한 캐릭터 때문에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 "어딜 감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외연 확장할 놈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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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전 후보./연합뉴스

홍 전 지사는 또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을 향해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라고 직격탄을 날려 명예훼손 소송까지 휘말릴 판이다.

관심의 초점은 이제 두 가지다. 다음 달 3일 전당대회에서 홍 전 지사가 과연 당 대표에 선출될지,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공언대로 '보수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지가 그것이다.

일단 대세론을 의심하는 분위기는 거의 없어 보인다. 도내 한국당 한 의원은 "원유철·신상진 의원이 경쟁자로 나섰지만 너무 약하다. 당을 화끈하게, 뿌리째 뒤집을 리더십이 필요한데 중·장기적 대안까지는 아니어도 단기적으로는 홍준표만한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예의 홍 전 지사는 '친박(친박근혜) 청산' '과거와 단절' '악역 자처' '보수이념 무장' 등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팀플레이' '젊은 야당' '진보적 가치 수용' '정책·조직 혁신'을 내세우는 원유철·신상진 의원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이념 무장'은 홍 전 지사가 오래전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온 트레이드마크 같은 것이다. 홍 전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난 대선 때 한국당에 대한 청·장년들의 지지가 무너졌는데 그 근본적 이유는 한국당이 정의와 형평을 상실한 이익집단이었기 때문"이라며 "친박당이 몰락한 이유도 그것이다. 이념이 아닌 이익으로 모인 집단이다 보니 자신들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부끄럼 없이 서슴없이 해왔다. 한국당이 지지를 회복하려면 철저하게 자유 대한민국 가치를 지키고 정의와 형평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당과 보수세력에 시급하고 절실한 게 과연 이념 무장인지, 당 안팎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원유철 의원의 경우 "한국당은 낡은 이념으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들 삶의 현장에서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소통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며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반대로 홍 전 지사와 꼭 같은 방향은 아니어도 이념적 정체성 확립이 중요하다는 시선 또한 있다. 보수우파 논객인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20일 칼럼에서 "정치적으로 보수는 궤멸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꾸고,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충분히 감지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손도 못 쓰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해 사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기업 문제와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다뤄 나갈 것인가 등 대한민국의 미래 즉 안보와 경제와 사회 구조에 닥쳐올 좌파적 변화에 대한 것들이다. 어제까지 이 나라를 이끌었던 집권 세력이라면 당연히 이런 '나라를 바꾸는' 변화의 조짐에 유의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이념 무장만으로 보수의 부활이 완결될 리는 없다. 결국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인적·이념적·정책적·문화적 쇄신에 더해 새롭고 참신한 얼굴이 대거 전면 배치될 때 한국당은 승리를 바라볼 수 있다.

홍 전 지사는 당 주류를 새로운 세력으로 교체해 문재인 정부에 맞서고 선거에 임한다는 야심이지만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원유철 의원은 "홍준표로는 내년 지방선거에 희망이 없다. 대선 연장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대로는 지방선거 참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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