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청소년연극제 예산 줄어 참가 제한
연습한 보람 갖게 공연 기회 확대해야

"뎅~ 뎅~ 뎅!" 옛날 성당이나 사찰의 종소리쯤으로 오해하게끔 표현된 거라면 정말 죄송하다. 이 소리는 공연장에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음향효과다. 뭔가를 알리는 신호로 종소리가 사용된 것은 아주 오랜 전통이다.

지난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밀양 아리랑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진행되고 있던 제21회 경남청소년연극제 참가작 공연 두 편을 보았다. 공연 시작 10분 전 극장으로 들어가 팸플릿을 보면서 공연을 기다린다. 대충 모두 읽었다 싶을 때 예의 그 종소리가 울린다. 관객은 그 소리를 기점으로 기대를 하고 배우는 긴장을 한다. 이제 막 연극이 무엇인지 맛을 들이고 또 관객들 앞에 처음 나서는 어린 고등학생들에게야 그 긴장감과 초조함, 두려움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반대로 동시에 발생하는 설렘은 또 어떻고.

2∼3개월 짬짬이 시간 내어 연극연습을 하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알아나간다. 때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삶을 고민하고 때론 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지혜를 배워나간다. 그래서 얻은 것들을 무대 위에서 풀어낸다. 청소년연극제는 전국대회를 앞두고 펼쳐지는 경연이다. 그래서 본선에 나갈 최우수팀을 뽑게 된다. 올해엔 합천의 원경고 연극반 친구들이 전국대회 참가 영광을 얻었다. 단체 최우수 수상팀이 발표될 때 학생들의 환호는 잔상이 오래갔다.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즐거워하던 그 모습.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경남청소년연극제에 참가조차 하지 못한 연극반 학생들이 많았다. 예산부족 때문이었다. 지지난해 8개 팀, 지난해 9개 팀. 하지만 올해는 6개 팀만 참가했다. 지부별 1개 팀이 있는 곳이야 자동 진출이지만 2개 이상인 곳은 예선을 치르거나 다른 팀의 양보를 얻어내야 했다.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아 전국대회 참가, 역시 최우수상을 받은 창원 태봉고가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3개월 동안 준비하며 연습한 것이 보람 없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담당 지도교사는 아이들의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사비를 보태서라도 시내 소극장을 빌려 공연하게 되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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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연 마지막 날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국연극협회 집행부 인사와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들이 만나 예산상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내년 행사는 기대를 할 수 있겠다. 경남청소년연극제 예산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펼쳐나갈 '판' 역시 더욱 확대해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데에도 견해를 같이했다.

지금은 교육시스템이 많이 달라졌다. 영·수·국 중심의 공부에 매달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일찍 선택해 대학에 진학할 길이 열렸다. 연극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학생이 극단을 찾아 연출과 배우로부터 연기 지도를 받아 연극영화과 시험을 준비한다. 기회를 얻어 공연 경험을 해본 학생들은 아주 유리하다. 이번 경남청소년연극제를 보면서 아이들을 위한 공연장 종소리가 더욱 많이 울렸으면 하는 소망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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