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가 오늘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처음 가동을 시작한 지 40년 만이다. 고리 1호기는 이미 2015년에 가동 정지 결정이 나온 것으로서 이번 폐쇄는 예정된 수순이긴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공약과 맞물리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고리 1호기가 우리나라 최초의 핵발전소이니만큼 폐쇄가 주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고리 1호기 폐쇄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대로 탈핵 정책으로 가는 시발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고리 1호기를 폐쇄할 기회는 일찌감치 10년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7년은 고리 1호기의 30년 설계 수명이 다한 해였음에도 정부는 무리하게 연장 가동을 밀어붙여 10년을 더 끌었다. 정상 수명을 넘어선 연장 가동 외에도 잦은 고장, 원전 비리, '원전 마피아'의 출현, 값싸고 안전한 전력이라는 핵발전소 신화,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건설을 둘러싼 지역 갈등 등 고리 1호기 30년 역사는 우리나라 핵발전소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응축하고 있다. 고리 1호기 폐쇄가 수명이 다한 노후 핵발전소 1곳의 문을 닫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원전 폐기 정책의 출발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를 비롯해 월성 1호기 폐쇄 등 노후 핵발전소 폐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백지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상 강화,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 확대 등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공약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고리 1호기 폐쇄를 계기로 핵발전소 증설에 의지한 박근혜 정부의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그 대안으로서 재생친환경에너지 정책 로드맵이 곧 나오기를 기대한다. 핵발전소 1기의 가동 중단을 넘은 영구적 폐쇄는 엄청난 규모의 방사능 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는 숙제도 낳고 있다. 당장 지역적 현안으로는 밀양 송전탑 문제도 해결되어야 한다. 밀양 송전탑의 건설 목적이 신고리 5·6호기에서 만든 전력을 수도권에 수송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핵발전소 증설이 백지화된다면 자연히 밀양 송전탑도 세워질 이유가 없다. 밀양 주민들이 더는 고통 받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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