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1 행정대집행 3주기 행사
제주·대전 전국 각지서 참여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행진연대 손 맞잡고 '탈핵'다짐

밀양시내에 흥겨운 타악기 연주가 울려 퍼졌다. 밀양 초고압 송전탑 반대 주민들을 지지해온 전국의 연대자, 탈핵과 탈송전탑을 바라는 시민이 다시 밀양을 찾았다. 이들은 17일부터 1박 2일 동안 밀양에서 주민들과 6·11행정대집행 3주기 행사를 하며 다시 연대의 손을 잡았다.

이날 행사에는 해군기지 건설에 맞서 싸우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경기도 여주 '정의로운 에너지 정책시민모임', 대전 '핵재처리실험저지 30㎞연대', 청도 삼평리 345㎸송전탑 반대 주민, 서울 하자센터와 성미산마을 청소년, 정당 등 다양한 시민이 참여했다. 생명평화운동을 해온 문규현 신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성원기(강원대 교수) 공동대표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밀양역에서 영남루까지 행진으로 시작했다. 하자센터 타악기 연주팀 '페자스테자'가 앞장서고 연대자들이 '송전탑을 뽑아내자', '한전은 사죄하라', '핵발전소 몰아내자', '경찰은 사죄하라', '신고리 5·6호기 중단하라', '에너지악법 개정하라', '밀양이 희망이다'는 구호를 외쳤다.

밀양 고압송전탑 행정대집행 3주기 문화제가 17일 오후 밀양역과 밀양시가지 일대에서 열렸다. 문화제 참가자들이 밀양역~가곡삼거리 용두교~밀양시립도서관~영남루 구간에서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행진 대열을 지켜보던 밀양시민 유종수(65) 씨는 "보상해주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며 "지역 주민 피해주는 송전탑은 돈이 들어도 땅 밑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연대자들을 얼싸안고 맞았다. 한 주민은 "아프다가도 연대자들 오면 안 아프다"고 했다. 페스테자 연주팀을 이끈 주디(22) 씨는 "'밀양'을 떠올리면 서글프기도 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밀양은 살아 있는 탈핵역사"라며 "끝난 게 아니라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765㎸ 송전선로(90.5㎞)를 잇는 공사는 한국전력이 경찰을 앞세워 지난 2014년 6월 11일 주민들 농성장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 이후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송전선로 10개 마을 주민 150여 가구는 여전히 보상을 거부하며 12년째 싸우고 있다.

이날 행사는 송전탑 건설 과정에서 무지막지했던 국가폭력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취지였지만 슬프지만은 않았다. 다시 연대를 말하고 탈핵을 희망하는 다짐의 장이었다. 문화제에 앞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는 무너진 마을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다짐이었다.

부북면 위양리 덕촌마을 손희경(81) 할매는 환영사에서 "임금님 바뀌었으니 끝이 있을 거다. 얼마 안 갈 거다. 끝까지 도와달라"고 말했다. 행정대집행 당시 주민들과 농성장에 있다 끌려나왔던 김제남 정의당 전 국회의원은 "철탑은 들어섰지만 지지 않았다. 밀양 어르신이 있었기에 탈핵이 전국의 목소리가 됐고 정의롭지 못한 전기를 전국에 알렸다"며 "밀양은 연대다. 탈핵시민으로서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재처리 실험 반대운동을 하는 이경자 노동당 부대표는 "밀양 어르신께 큰 빚을 지고 있다. 우리 미래와 후손, 자신을 위해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셨다. 하루빨리 탈핵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주온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밀양 싸움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바꿨다. 고리 1호기를 멈추게 한 것은 밀양 어르신의 승리"라고 말했다.

연대자들은 7개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밤을 보내고, 이튿날 송전탑길 걷기를 했다. 주민들과 연대자들은 18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콘서트'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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