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경찰 설득에도 낫 휘두르며 저항
테이저건 맞고 이상 징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져
경찰 "부검 통해 정확한 사인 밝힐 계획"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며 낫을 휘두르던 40대가 경찰이 쏜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맞고 숨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테이저건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함양경찰서는 지난 15일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쏜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진 ㄱ(44) 씨를 병원에 옮겼으나 숨졌다고 밝혔다.

경남경찰청은 16일 오전 ㄱ 씨 사망 사건 브리핑을 했다. 경남경찰청은 "안타까운 사고에 대해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광역수사대가 수사, 청문감사담당관실이 대응과정 적절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자 ㄱ 씨를 부검할 계획이다.

밤새 진행한 경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경찰이 함양군 지곡면 ㄱ 씨 집에 도착한 지난 15일 오후 6시 30분부터 테이저건을 발사한 1시간 뒤에 사망사고가 났다.

123.jpg
▲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19분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을 시켜야 하는데 삽과 낫을 들고 위협하고 있으니 도와 달라'는 ㄱ 씨 모친의 신고를 받았다. 이에 파출소 경찰관 2명이 ㄱ 씨 집으로 출동했다.

고교 졸업 이후부터 정신병 증세를 보인 ㄱ 씨는 정신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에 약을 먹지 않아 증세가 나빠졌다. ㄱ 씨 부모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전날 병원에 전화를 했고, 병원 관계자 3명이 이날 오후 6시에 도착해 있었다.

경찰은 설득하려고 했으나 ㄱ 씨가 정신병원차를 보고 흥분해 삽을 들고 위협하자 지원요청을 했다. 이에 경찰서 형사팀과 여성청소년수사팀 소속 경찰 3명이 추가로 출동했다. ㄱ 씨가 격렬히 저항해 대문 밖으로 피신한 경찰은 설득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테이저건을 사용해 제압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ㄱ 씨 모친에게 테이저건 사용을 설명하고, ㄱ 씨에게도 계속 난동을 부리면 테어지건을 쏘겠다고 경고했다.

창고에 있던 ㄱ 씨는 낫을 던지고 계속 저항했고, 오후 7시 29분 형사팀 소속 경찰이 ㄱ 씨 등 부위를 조준해 1차 발사했으나 빗나갔다. 곧바로 ㄱ 씨가 낫을 휘두르고 던지며 뛰어나오자 파출소 소속 경찰이 3m 정도 앞에서 2차 테이저건을 쐈다.

경찰은 배 오른쪽과 오른팔에 테이저건을 맞은 ㄱ 씨가 쓰러지자 수갑을 채워 마당으로 데려 나왔다. ㄱ 씨가 목을 늘어뜨리며 이상 징후를 보이자 병원 직원이 마당에 눞혀 심폐소생술을 하고, 경찰은 119구급대를 불러 ㄱ 씨를 오후 7시 46분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ㄱ 씨는 이날 오후 8시 20분에 숨졌다.

이날 사고는 정신병원에 입원하지 않으려고 난동을 부리는 ㄱ 씨를 경찰이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남경찰청 오동욱 강력계장은 "ㄱ 씨가 정신병원에 대한 거부 반응이 심했다. 부모가 택시를 타고 병원에 데려가려고 '밥 먹으러 가자'해도 안 간다고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경남경찰청은 공무집행 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남에 따라 정확한 사망원인과 대응과정이 적절했는지 수사를 하고 있다. 오 계장은 "병원 사체검안에서 '불상의 심정지'로 사망했다고 나와 있는데 부검을 해서 정확한 사인을 밝힐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테이저건 때문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이저건은 5만 볼트 전류가 흐르는 전선이 달린 전기 침 두 개를 동시에 발사해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제압하는 전기충격기다. 최대 사거리는 6.5m이다. 경찰은 테이저건을 지난 2005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431건(경남 16건)을 비롯해 12년 동안 2207건을 사용했다. 경찰직무집행법에 따라 테이저건은 현행범, 장기 3년 이상 범인 체포·도주 방지,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 항거 억제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14세 미만, 노약자, 임산부, 단순 주취자와 경미한 소란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또 계단·난간 등 높은 곳, 옷에 인화성 물질이 묻어 있거나 가지고 있어 발화 위험이 있을 때도 사용을 자제해야 하며, 얼굴·심장·성기 부위에는 쏘면 안 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