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십자의료재단 손들어줘 "재단 운영비 지급채무 없어"

의령군이 노인전문병원을 수탁운영했던 의료법인에 밀린 운영비를 내놓으라 했다가 되레 돈을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창원지법 1행정부는 의료법인 청십자의료재단이 의령군을 상대로 낸 '압류처분 무효확인 등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단의 운영비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난 13일 판결했다. 이와 함께 '의령군은 재단에 1억 9448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청십자의료재단이 지난 2011년 수탁해 군립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해왔는데 2014년부터 적자가 나면서 이 사건이 시작됐다. 재단은 지난 2014년 4분기부터 적자가 나자 군에 운영비를 내지 못했다. 2016년 1분까지 밀린 운영비는 3억 8157만 원이나 됐다.

운영비는 건물을 지은 사업시행자에게 주는 돈이다. 군립노인전문병원은 사업시행자가 건물을 지어 군에 기부채납하고, 20년간 관리운영비를 받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방식으로 지어졌다.

군은 지난해 2월 운영비 납부를 독촉하면서 운영비를 내지 않으면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통보했고, 재단은 병원을 더 운영할 수 없다며 그해 4월 협약을 해지했다. 이에 군은 재단 소유 땅을 압류하면서 소송을 당했다.

재단은 압류처분 무효확인 청구와 함께 법인 자금 19억 원을 직원 급여지급 등 병원 운영에 썼고, 병원으로부터 17억 원을 변제받았는데 군이 남은 1억 9448만여 원을 갚으라는 청구도 했다.

재판부는 '협약이 해지됐으니 과거 발생한 운영비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재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협약은 병원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법인 고유 재산으로 운영비를 군에 지급해야 할 의무를 정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노인전문병원을 설립해 운영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고유사무"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사무를 수행하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를 국민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군은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 발생', '병원 임대료를 청구하지 않고 필요한 비용을 지원'했다며 갚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 운영은 군의 지휘·감독 하에 이뤄지는데 재단의 경영이 방만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직무가 태만했음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재단은 군으로부터 운영을 위탁받은 것이어서 처음부터 임대료를 지급할 의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의령군은 이번 소송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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