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 여성관 논란
질문 빠진 '문학적 표현'해명 안타까워

문학은 답이 아니라 질문을 구하는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관심을 끄는 이즈음 정치상황을 고려해 부연하자면 정치는 대답하고 문학은 질문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안경환(69) 서울대 법학과 명예교수가 지난해 출간한 책에서 "여성은 술의 필수적 동반자", "권력만 가지면 미인은 절로 따르게 마련" 등이라고 기술하는 등 읽기에 따라서는 여성비하 표현과 왜곡된 성 의식을 책의 곳곳에서 드러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간한 이 책의 제목은 <남자란 무엇인가>. 안 후보자는 제목의 주석으로 '남자는 왜 행복해지기 어려울까?'란 질문과 함께 '진화를 멈춘 수컷들의 위기', 이 시대 진짜 '남자다움'을 찾는다고 썼다. 하지만 책의 곳곳에는 여성 비하와 부적절한 성 의식을 드러낸 표현이 자주 눈에 띈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는 표제에서부터 질문의 형식을 취했지만, 질문보다는 답을 먼저 구하고 싶었고, 스스로 찾은 그 답을 거리낌 없이 썼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남자가 성매매를 하는 이유'라는 소제목의 본문은 "젊은 여자는 정신병자만 아니라면 거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구걸하느니 당당하게 매춘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젊은 여성의 몸에는 생명의 샘이 솟는다. 그 샘물에 몸을 담아 거듭 탄생하고자 하는 것이 사내의 염원이다"고 적었다. 사내의 염원? 통속적 관념에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보다 진지한 질문이 있어야 했고 성찰이 따라야 했다. 그의 오답(?)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왜 사내들이 술집 마담에게 아내나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 것일까?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편안하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그의 답은 지극히 통속적이고 개인적인 관념일 뿐이다.

2004년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에서는 "… 즉 사내는 예비 강간범, 계집은 매춘부라는 이론도 있지요. '남자의 면상은 이력서, 여자의 얼굴은 청구서'라고도 하지요"라고 썼다. 물론 소설가 정이현 씨와의 서신 교환 형식으로 진행된 이 칼럼에서 그는 고전소설 속 춘향을 발칙하게 재해석하며 '여성의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사회적 생존'에 관한 의견을 묻는 정 작가의 앞선 칼럼에 답하는 과정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안타까운 일이다. 법학자로서 인문학에도 해박했던 지식 때문일까. 안 후보자 측은 논란이 되는 내용에 대해 문학적 표현으로, 필요하다면 청문회에서 견해를 밝히겠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말하는 '문학적 표현'은 뭘까? 안타까운 일이다. 질문이 빠진 문학적 표현은 없다.

김륭.jpg

그렇다. 문제는 '질문'이다. 질문, 그리고 질문에 관한 책이라면 많다. 그중에서 한국에 번역된 대표적인 책이라면 파블로 네루다(1904∼1973)가 아예 제목으로 들고나온 <질문의 책>이 있다. 그리고 프랑스 시인 에드몽 자베스(1912∼1991)의 질문이 있다. 그는 시인들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에는 올 초에야 처음 시집이 소개되었다. 시집 제목은 <예상 밖의 전복의 서>. 그는 이 골치 아픈 시집에서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질문의 책은 자신의 자의적인 짝패임과 동시에, 자신의 전제적인 맞수로 나타나 빛을 본다. 이 빛은 우리를 어떤 현실과 다투게 하는데, 이 현실은 줄곧 자신의 불확실한 외양 뒤로 숨다가 제 차례가 오면, 제 모두를 걸고 질문을 되던진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남자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의 제목으로 답을 설명하지 않고 파블로 네루다처럼 이렇게 물었다면 어땠을까? "왜 거대한 비행기들은/자기네 아이들과 함께 날아다니지 않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