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정부는 지원 소비자는 외면 왜?] (2) 불만사항 개선 왜 안 되나
소액 카드결제 눈치 보기, 일부 상인 '불친절'여전
상인대학 등 교육 '부족' 지원보다는 자구책 필요

#창원 상남시장 홈페이지에 지난 5월 올라온 민원이다. 평소 상남시장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ㄱ 씨는 늦은 점심을 먹고 화장실에 들렀다 봉변을 당했다. 화장실에서 청소부에게 "왜 화장실을 쓰냐"는 핀잔을 들은 것. ㄱ 씨는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핀잔을 들은 데 대해 관리사무소에 항의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 점심 먹는 사람이 어딨냐? 유니폼을 보니 인근에서 일하는 것 같은데 그곳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ㄱ 씨는 앞으로 상남시장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낸 세금 단돈 1원도 상남시장에 지원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평소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김민아(39) 씨는 대형마트 휴무일에 모처럼 김해 장유중앙시장을 찾았다. 대형마트가 여러 물품을 담아 한 번에 결제하는 것과 달리 전통시장은 각 가게마다 계산을 해야 해 소액결제가 많았다. 채소가게에서 8700원이 나왔고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상인은 "8700원인데 카드결제를 하면 우린 뭐 먹고 사노"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상인의 혼잣말이었지만 김 씨에게 고스란히 들렸다. 김 씨는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창원시 한 전통시장에 공영주차장이 조성되고 현대화사업이 진행된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경남 도내 전통시장에만 지난 16년간 약 4000억 원에 이르는 지원이 있었음에도 소비자들은 전통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선호한다. 주차장 등 편의시설과 쾌적한 환경, 날씨에 따른 소비 등에서 여러 이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시장 상인들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다.

전통시장 이용객들이 꼽는 불편사안은 △카드결제 및 현금영수증 발급 △가격표시와 상품 교환 △고객신뢰(위생·청결·친절)의 대고객 서비스 등 크게 3가지다.

3대 불편사안 중 카드결제는 대부분 가능해졌다. 하지만 적은 금액을 결제할 때 소비자들이 눈치를 보는 상황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또 가격표시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르다. 가격정찰제가 이뤄져야 대형마트와 비교해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말만 잘하면 값을 깎을 수 있는 '에누리'가 사라지면 시장에서 장을 보는 재미가 반감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두 사안보다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상인들의 인식이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왜 만지냐'는 말부터 젊은 소비자들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도 잦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아 이용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주는 것"이라며 "시설 투자도 중요하지만 상인 스스로 인식이 바뀌어야 소비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전통시장도 소상공인진흥공단과 함께 인식 변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상인들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인 상인대학을 통해 전통시장 취약한 경영기법, 마케팅, 고객대응을 배웠다.

김종철 부림시장 상인회장은 "시대가 변한 만큼 상인도 변해야 하는데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상인대학이 상인들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고 밝혔다.

상인회, 관리사무소가 있음에도 불만 사항을 개진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양산에서 식당을 개업한 안소연(41) 씨는 "전통시장에서 재료를 납품받는데 물건이 시든 적이 있어 납품업체에 이야기했더니 거래를 끊으라는 말을 듣고 황당했다"며 "전통시장 상인들이 고객의 불만 제기를 너무 가볍게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부 지자체와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고객평가단을 각 시장별로 의무화하고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전통시장은 지원에서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 중구청은 상인교육, 클린시장, 신용카드, 특화상품, 빅 세일에 대해 노력하는 시장에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원칙을 정하고 시장 개선에 나섰다"라며 "시장 상인들이 국가 예산을 받는 것에만 매달리지 말고 소비자들이 시장을 찾도록 스스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