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정책관 폐지 반발, 류순현 권한대행 면담 요구

경남도가 기존 행정부지사 직속기구 여성가족정책관을 폐지하고 보건복지여성국 아래 여성가족정책과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도내 여성단체가 "성평등 후퇴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남여성단체연합과 25개 회원단체는 14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도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경상남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규칙 일부개정안 가운데 '여성가족정책관 삭제' 조항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앞선 12일에도 비판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도가 이번에 입법 예고한 개정안은 기존 보건복지국을 복지여성보건국으로 확대 개편하고 여성가족정책과를 신설, 여성정책과 여성일자리 담당을 두는 것이 내용이다. 현재 여성가족정책관은 2010년 조직개편으로 신설돼 여성가족, 여성권익 담당을 두고 있다. 이전에는 보건복지여성국 내 여성정책과 형태였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과거 형태로 돌아가는 셈이다. 개정안은 오는 20일 도의회 해당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 검토를 거친 뒤 29일 도의회 정례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시행된다.

경남여성단체연합과 25개 회원단체가 14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경남도에 지난달 15일 발표한 경상남도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규칙 일부개정안 가운데 '여성가족정책관 삭제' 조항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보라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도지사가 공석 중임에도 도 행정이 여성가족정책관 축소하는 것은 졸속 그 자체이며 도민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 불통 행정 증거"라면서 "이는 경남 여성 정책을 퇴보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남도는 2015년 전국 지자체 최초로 양성평등기금을 폐지했다.

이들은 "2017년 현재 지역 여성정책 연구 개발과 정책 조언을 하는 여성 관련 전담 연구기관이 없는 지자체는 경남도가 유일하며 여성정책 실태조사 기관도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여성단체는 경남도에 △조직 개편 중단 △행정개편 조례 개정안 중 여성가족정책관실 삭제 조항 철회 △여성 정책 확대와 시행계획 제시 △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 공개 면담을 요구했다.

여성단체는 기자회견 후 행정부지사실을 찾아 도의회 상임위 전 권한대행 면담 일정을 요구했다. 류 권한대행은 이날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 및 협의회에 참석하느라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도 관계자가 "면담 일정을 당장 정할 수 없다"며 여성단체에 되돌아갈 것을 재차 요구해 한때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다. 이후 여성단체는 행정부지사실 앞에서 농성을 이어갔다.

도 관계자는 "국장 체제로 운영하게 되면 현재 행정부지사 직속기구로 있는 것보다 업무 효율과 다른 과와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대와 상황에 맞게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일 뿐 여성단체가 우려하는 것처럼 여성 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경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이경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 문현숙 경남여성연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도의회를 찾아 박동식 의장을 면담하고 도의회 차원에서 이번 도 조직개편안을 반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박 의장은 "이런 문제가 될 만한 조직개편안이 마련됐을 때 여성정책담당관실에서 먼저 도의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문화복지위원회에 사실을 알리고 충분한 숙의를 거치는 게 필요했는데 도 집행부에서도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거 같다"면서 "도의회 차원에서 안을 반려하는 일은 없다. 조례안을 다룰 기획행정위원회에 양해영, 전현숙 등 여성 의원이 있는 만큼 충분히 상의해 상임위 회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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