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카페 웅상이야기 운영자 "그가 끊은 밧줄에 매달린 건 1명이 아니었다"
고2부터 27개월까지 5남매 키워, 생계 막막

국민을 경악과 충격에 빠뜨린 양산 아파트 옥상 작업용 밧줄 절단사건으로 피해를 본 가족을 도우려고 지역사회가 나서고 있다.

온라인 카페인 양산 '웅상이야기(http://cafe.naver.com/ungsangstory·매니저 진재원)'는 14일부터 온라인 카페를 통해 양산 아파트 옥상 작업용 밧줄 절단사건 피해가족 돕기 조의금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끊은 밧줄에 매달린 건 1명이 아니었다'는 제목으로 카페 글에는 '점점 알려지는 사연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남겨진 5자녀와 아내분이 어디에 거주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어디에 거주하시던 우리가 작은 힘이라도 되어 드려야 하지 않을까. 양산에서 생긴… 말도 안되는 일이다"며 회원들에게 조의금 자율기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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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 아파트 옥상에 있던 잘려진 밧줄. /김중걸 기자

온라인 카페 '웅상이야기'는 지난 2012년 2월 개설해 2만 7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양산시 동부지역 대표적 온라인 카페다.

이 카페 회원들은 옥상 작업용 밧줄절단사건 피해자 가족 돕기 조의금 모금 글에 "너무 가슴 아프다.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댓글을 올리며 동참하고 있다.

회원 '83지민용성용준'은 "제 도움으로 부족하겠지만 동참했습니다∼ 남겨진 다섯 아이와 아내분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진짜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글을 올려 숙연케 하고 있다.

14일 오후까지 온라인 계좌로 50만 원의 조의금이 답지했다.

또 오는 18일 양산시 주진동 웅상문화체육센터 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작업용 밧줄절단사건 피해자 가족돕기 조의금 모금을 위한 프리마켓 판매 참가자들로부터 160만 원의 참가비(부스제공비용)를 사전에 받아 조의금에 보태 14일 현재 210만 원의 조의금을 모금해두고 있다.

프리마켓에는 양산시시설관리공단과 함께 현장모금함, 기부물품 판매 등 다양한 조의금 모금활동을 펼 예정이다.

진재원 웅상이야기 매니저는 "지역에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해 가슴이 아프다"며 "부모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같이 아파하는 마음에서 조의금 모금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웅상이야기가 조의금 모금운동을 벌이는 아파트 옥상 작업용 밧줄 절단사건의 피해자 김모(46·부산시)씨는 지난 8일 양산시내 한 아파트 12∼13층 높이에 작업용 밧줄에 매달려 도색작업에 앞서 아파트 벽에 실리콘으로 홈 메우기 작업을 하던 중 작업 중 스마트폰 음악소리가 시끄럽다고 동료 작업근로자와 시비를 벌이던 주민 ㄱ(41)씨가 옥상에 올라가 공업용 커트 칼로 밧줄을 자르면서 추락사했다.

숨진 김씨에게는 4명의 딸(고2, 중2, 유치원생, 27개월) 4명과 초등 5학년 아들을 둔 5남매의 가장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숨진 김씨는 외동인 부인이 외롭게 자라 아이를 많이 낳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전 결혼 후 부산에서 장인이 일하던 가게를 도우며 생계를 이어오다 2∼3년 전부터 부산의 한 건설업체의 하도급을 받아 외벽청소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고공에서 작업이 위험해도 하루 일당이 30만 원 등 월 300∼400여만 원가량을 벌 수 있어 선택했으나 가정형편은 늘 빠듯했다고 한다.

김씨의 장인은 "사위가 무척 성실하게 일해 넉넉하지 않아도 가족이 늘 행복하게 살아왔다"며 "이제 사위도 없이 5명의 아이를 딸이 혼자 어떻게 키울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숨진 김 씨의 부인은 자녀를 키우려고 맞벌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동료 작업자 중에는 숨진 김 씨 이종사촌 동생(41)이 함께 밧줄에 매달려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찰나의 순간에 사촌지간에 생사가 엇갈렸다.

양산경찰서는 14일 오후 밧줄을 끊어 김씨를 숨지게 한 ㄱ씨에 대해 살인과 살인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경찰은 ㄱ씨가 3∼4년 전쯤 폭력 등의 혐의로 구속돼 이후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감정 결과 조울증 증세가 있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경찰은 또 현장소장과 보조근로자 등 도색작업 중 옥상을 벗어난 공사 관계자를 대상으로 안전관리위반 여부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양산경찰서는 숨진 김씨가 임대아파트에 사는 등 딱한 경제사정을 참작해 형사보상금 제도 적용과 모금활동 등 다양한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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