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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이 간다] (3) 자립음악가 한진식 씨

환경·자본 등 불합리한 사회 향한 저항 메시지 담은 음악 만들어
집회·시위 현장 찾아 공연하기도
화려한 색과 무늬로 장식된 의상에 독특한 춤과 퍼포먼스로 관객 눈길

양청 인턴기자 o_ihssac4807@naver.com 2017년 06월 14일 수요일

쿵쿵쿵쿵, 강렬한 전자 음악 비트가 시작되자 공연장이 들썩인다.

"우리를 거리로 내모는 모든 것들에게 선전 포고합시다~!"

최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2017 창원 아시아미술제 : 옴의 법칙' 야외공연 무대 앞에서 캔맥주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던 관객들은 그가 등장하자 자리에서 모두 일어났다. 원색이 선명한 복장의 공연자가 정해진 무대를 벗어나 관객 속을 종횡무진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여기 돈만 아는 저질들 다 모였구나~. 유(you), 저질, 유, 저질!"

공연을 펼친 야마가타 트윅스터(본명 한진식·44)는 자신을 자립음악가라 부른다. 그는 음악을 통해 환경, 자본 등 불합리한 사회 문제에 유쾌하게 '저항'을 표시한다. 일반 콘서트장뿐 아니라 전국의 집회, 시위 현장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그들의 투쟁을 위해 노래하고 있다. '돈만 아는 저질', '이단 옆차기' 같은 노래를 통해 그가 전하고자 하는 목소리는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우리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창원을 찾은 이 독특한 음악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가 아닌 자리에서 만나보니 뜻밖에 굉장히 진지한 사람이었다.

최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아시아미술제 음악 공연. 화려한 의상을 입은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무대를 벗어나 관객 속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인간인 한 씨와 컴퓨터로 구성된 전자 음악가로, 댄스 음악에 맞춰 특이한 퍼포먼스를 한다. 노래 가사는 단순해 구호처럼 외치며 부르기 쉽다. 가사에 맞는 동작이 곧 안무다. 화려한 색과 무늬, 독특한 패턴의 옷을 입고 무대에 서는 등 의상도 남다르다. 그는 스스로 '민중 엔터테이너'라고 하지만, 단순히 흥겨운 댄스 음악을 하는 엔터테이너는 아니다. 음악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미세먼지처럼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문제나 4대 강 사업, 노동자 강제 해고, 강제 철거 문제와 같이 사회적인 이슈가 그의 노래로 재탄생한다.

"현장에서 연대하는 공연을 많이 해오고 있어요. 불의에 맞서는 그러한 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음악에도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죠."

야마가타 트윅스터 괴짜 음악가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2008년 서울 홍대 앞에서 첫 공연을 한 뒤로 1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다. 2003년 1인 어쿠스틱 밴드인 '아마츄어증폭기'로 먼저 데뷔했다.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포크 음악을 했는데, 그때도 특이한 퍼포먼스와 의상에 가발을 쓰고 공연하는 등 일반적인 느낌의 음악은 아니었다. 그는 외로움과 같이 일상에서 느꼈던 개인적인 감정들을 '증폭시키는' 노래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2008년,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후에도 개인적인 큰일을 겪으며 더는 아마츄어증폭기로 활동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아마츄어증폭기로서의 그는 은퇴를 했지만, 댄스음악파티 등에서 계속 섭외 요청이 들어왔다. 그렇게 그는 아마츄어증폭기가 아닌 '야마가타 트윅스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댄스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

"야마가타라는 말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화가 많이 나면 소위 '야마 돌았다'라고 하는데, 그런 것도 생각나고. 살아오면서 맺힌 한, 울분 같은 것들을 비트에 녹여내서 댄스 음악과 함께 거리에서 계속 춤추며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흥겨운 비트 속에 담긴 저항 메시지

처음엔 메시지 없이 흥겨운 노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음악활동을 하다 보니 용산참사가 일어났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래 속에 메시지를 담았다. 서울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집회에서 연대하는 공연을 하며 처음으로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불렀다. 홍대 두리반 식당 강제 철거 반대 투쟁에 합류한 것이 사회적 현장 위주로 공연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 뒤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그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공연하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요구사항을 받아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기도 했다.

"집회 현장의 분위기는 대부분 가라앉아 있고 좀 어둡잖아요. 그런 장소에서 댄스 음악을 하는 것이 생소하게 느껴지기에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서로 충돌을 일으킬 것 같지만, 그것이 오히려 '화학 작용'을 일으켜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반면 관객들이 콘서트홀이나 클럽으로 그의 공연을 보러 올 때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레퍼토리를 짜기도 하고,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그는 특히 공연을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구분 지어져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무대 위에서 내려와 관객 속에서 공연도 하고 함께 춤을 췄다. 그러다 아예 그들을 이끌고 거리로 나오기도 했다. 그의 음악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일단 '문화적인 충격'을 먼저 받는다. 그 뒤엔 반응이 두 갈래로 나뉜다. '이것도 음악인가?'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과 반대로 그의 음악을 좋아해 주는 이들이다.

"한번은 서울 강남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돈만 아는 저질'을 부르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했던 적이 있어요. 제가 손으로 구체적인 사람을 가리키며 돈만 아는 저질이라고 외치거든요. 보통은 다들 웃으면서 공감하는데, 지목 당한 사람이 진짜 기분이 나쁘셔서 그랬나봐요."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외국 콘서트에 초청받기도 했다. 2013년엔 일본 도쿄와 오사카 투어, 2015년엔 유럽 퍼포먼스 투어를 다녀왔다. 같은 해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도 공연했다. 지난해는 우리나라의 여러 음악가와 함께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음악 페스티벌 'Nuit Sonores2016'에 초대받았다.

"외국에는 흥겨움 속에 저항 정신을 담은 노래를 부르는 음악가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텔레파시처럼 전해지는 것들이 있었죠. 더불어 프랑스, 독일, 영국의 젊은이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 좋았어요."

그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저항'에 관한 것이다. 사회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각자의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기도 한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우리의 삶터와 일터에서 항상 저항의 목소리를 아끼지 말고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당해고나 강제 철거 등을 겪은 이들도 힘든 상황에 처한 민중이지만, 공연을 하는 나도 민중의 일원이며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도 민중이라는 자각을 할 겁니다. 함께 힘을 모아 저마다 삶터에서, 일터에서 계속 저항하고 투쟁해야겠죠. 앞으로도 국내, 해외의 투쟁 현장이나 민중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좀 더 넓은 범위로 연대하며 계속 나아가고 싶어요."

※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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