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순·김쾌늠 씨 편지 써 서울 광화문 인수위 찾아
송전탑 문제 요구안 전달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많이 배우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좋고 나쁜 것은 알고 있습니다 … 재발 나쁜 것 확실히 조사하여 가슴에 매친 엉어리 좀 풀어 주십시오. 그리고 필요 없는 밀양송전탑 뽑아 주십시오."

"한전에서 마을에 준 돈 때문에 이웃 간에 원수가 돼었습니다. 이렇게 마을이 박살 난 우리 마을을 옛날처럼 이웃사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좀 해주세요."

밀양시 부북면 위양마을 박윤순(82) 할매와 단장면 고정마을 김쾌늠(76) 할매가 대통령에게 송전탑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 쓴 편지글이다. 밀양 765㎸송전탑 반대주민과 경북 청도 삼평리 345㎸송전탑 반대주민 71명은 13일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주민들은 오전 11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밀양송전탑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회견을 하고 요구안을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 특히 밀양 주민 27명이 사태해결을 요구하며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13일 주민들이 서울 광화문 1번가 국민인수위를 찾아 청와대 관계자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모습.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

대통령에게 전달할 요구안은 △국가폭력과 마을공동체 파괴 진상조사와 공식사과, 책임자 처벌 △재산·건강 피해 실태조사 △에너지민주화를 위한 전원개발촉진법 폐지와 전기사업법·송변전설비주변지역 보상지원법 독소조항 개정 △신규 핵발전소 중단·노후 핵발전소 폐쇄와 함께 밀양송전선로 철거 등이다.

주민들은 "밀양 송전탑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평균 이용률은 26%인데 과연 필요한 것이었는지, 200명도 안 되는 농성 주민에게 연인원 38만 명을 동원해 얼마나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었는지, 그리고 주민을 매수하고 돈으로 마을을 파괴한 공기업 한국전력에 대한 전면 감사를 요구한다"며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다. 그러나 지난 12년 내내 너무 고통스러웠다. 이제 우리의 요구에 응답해 달라"고 호소했다.

밀양 위양마을 박윤순(82) 씨가 송전탑 문제 해결을 호소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

주민들은 오후에 종로경찰서 앞으로 이동해 이철성 경찰청장과 김수환 서장 파면을 촉구했다. 이 청장과 김 서장은 지난 2014년 6·11행정대집행 당시 경남경찰청장과 밀양서장을 맡았었다.

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는 "엄청난 공권력을 투입해 알몸으로 쇠사슬을 묶고 있던 할머니들 농성장을 칼로 북북 찢던 경찰, 쇠사슬을 묶고 있던 목에 절단기를 들이대던 그날의 경찰이 어찌 민주공화국의 경찰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주민들은 행정대집행 이후 불안과 우울증으로 무려 200여 차례나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제를 처방받은 것을 알고 있느냐"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수사권을 받으려고 '인권'을 이야기하려면, 경찰이기 이전에 '인간'이고자 한다면, 두 가지 과제를 지켜야 한다"며 살인진압 책임자 파면, 인권유린 진상조사와 사죄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연대자들과 17~18일 밀양에서 행정대집행 3주년 행사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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