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계도지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도내 20개 시군이 의회에 제출한 2001년도 예산안에 계도지 항목이 빠짐으로써 경상남도는 도단위 광역단체로서는 전국 최초로 계도지를 폐지하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자치단체의 인식변화와, 다른 한편으로 시민단체 및 개혁언론의 끈질긴 문제제기의 성과물이란 점에서도 그 의의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표현에서부터 용납할 수 없는 계도지라는 것이 여태껏 존재해 온 배경에 자치단체와 언론간의 고질적인 유착고리가 뒤엉켜 온 데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에 도내 시군이 그 선례를 이루어 낸 것은 몹시 자랑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역주민의 세수 낭비란 차원에서만 보더라도 계도지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232개 지자체 중 64곳을 제외한 168곳이 150억 6134만원의 계도지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였으며, 이는 지난해 보다 오히려 3억원 이상이 늘어난 액수였다. 도내에서도 그동안 연간 수십억대의 예산이 지출되었으며 도민일보가 창간된 이후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5억여원의 혈세가 빠져나갔다. 이렇듯 귀중한 지역주민의 세금이 또다시 허비되는 일이 없도록 도내 시군은 이를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사용하는 모범을 보여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
그러나 계도지 폐지는 언론의 자율성 확립과 공공성 확보란 대의에 비추어 본다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70년대 군사독재정권이 국민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하여 홍보용으로 출발한 계도지가 그 기능을 일찍이 상실했음에도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남았던 주된 이유는 관은 돈의 힘으로, 언론은 붓의 힘으로 서로의 약점을 건드리지 않으며 공생한 데 있었다. 양자가 공범이었다면 공짜구독자는 물론 수혜자였던 셈이며, 이런 연결고리의 흑막 하에서 언론이 제자리를 지킬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우로 그치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지만 계도지에서 변형된 형태로 관언 간의 유착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다른 지역의 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지만 지방언론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어려운 약점을 틈타 정·관이 언론순치의 차원에서 각종 뒷거래를 하고 있는 작태에 대하여는 이번 기회에 엄중한 경고를 하는 바이다. 그리고 계도지 폐지를 계기로 언론이 자생력을 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새로 정립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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