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예산집행이 살림 균형이뤄
실질 공무 위한 경비로 처리해야

법무부와 검찰청 '돈 봉투 만찬'은 지난 4월 21일 서울 서초구 식당에서 저녁식사 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특별수사본부 검사 6명에게 70만∼100만 원이 든 봉투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 원이 든 봉투를 각각 건넸다. 이 사건으로 당사자들은 면직이 되거나 경고 조치가 될 예정이다.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가 전체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진 않지만 국민 모두를 위한 복지국가로 나아가려면 먼저 국가운영과 예산집행이 투명하고 상식에 맞아야 한다. 고위직 공무원이 솔선수범하여 특권성 예산과 특혜성 예산을 스스로 없애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특수활동비를 감축하고 개인 식대는 사비로 처리하는 것처럼 실질적인 특권을 없애고 줄이는 실천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가 전·현직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과 예산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다는 언급이 없는 것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돈 봉투 만찬의 하루 저녁식사 자리에서 국민세금으로 사용된 돈이 무려 1000만 원에 가깝다. 이날 8명에게 전달된 돈이 약 800만 원 그리고 식대도 사비가 아닌 특수활동비에서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지검장은 김영란법 위반으로 검찰에 수사 의뢰된 상태이기도 하다.

한국납세자연맹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약 9조 원 규모의 특수활동비가 국가예산으로 사용됐다. 1년에 약 9000억 원 예산을 사용한다는 것인데 적은 돈이 아니다. 매년 9000억 원이 특수활동비가 아닌 기본소득 같은 복지정책의 재원으로 사용된다면 적어도 노인들이 폐지를 줍는 어려운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장애인, 노인, 청년과 농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돈이다.

광역시도나 기초자치단체 업무추진비와는 달리 특수활동비는 주로 국회, 중앙행정부, 국정원, 국가권력기관이 사용하는 것인데 이는 그 어떤 영수증이나 공개기록 등 증빙자료가 필요 없는 예산이다. 그래서 특수활동비를 가능하면 영수증을 첨부하도록 한다거나 투명성을 고려해 특수활동비의 명목 대신 업무추진비 형태로 전환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사용되는 예산도 영수증 등 증빙자료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직원 경조사비와 화환, 직원 격려금과 명절 선물용품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 예산사용이 공무활동에 맞게 업무추진비로 사용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아울러 그 사용 내용도 일반 시민이 알기 쉽게 공개되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정보공개청구를 하거나 일일이 홈페이지를 통해서 검색하고 편집해야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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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구체적인 인원수, 품목, 식사간담회 내용과 결과, 카드영수증 등은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상세하게 공개되지 않는 상황은 더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활동비가 업무추진비로 전환되어도 달라질 게 그리 많지 않을 이유다.

그래서 특수활동비, 업무추진비를 폐지하고 실질적인 공무활동에 필요한 일반 업무경비로 전환하는 예산지출 상상을 해본다. 특혜성 없고 투명한 예산집행은 국가의 살림살이에 균형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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