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8일 발표한 고위급 전보 인사가 검찰 개혁의 본격적인 출발이 될지 관심을 끈다. 문책성으로 요약할 만한 이번 인사에 '정윤회 문건' 수사 당시 실무를 맡은 유상범 창원지검장이 포함됐다. '정윤회 문건'의 재수사가 임박했음을 예고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2014년 '정윤회 문건' 수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의 청부업자로 전락한 검찰의 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문건 내용은 정 씨가 비선 실세로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개입한다는 것이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엉뚱하게도 '지라시'에 의한 국기 문란으로 몰아갔다. 검찰은 이에 보조를 맞춰 당시 박관천 경정과 최 모 경위 등 일선 경찰을 문건 유출 혐의로 처벌하고 문건 내용의 실체는 없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 사건으로 최 경위는 끝내 자살했고, 당시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으로, 3차장 검사였던 유 지검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수사 라인은 영전했다. 물론 '정윤회 문건' 재수사가 시작되면 영전 인사들은 문책 정도가 아니라 사법 처리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사필귀정이 구현되기를 바란다. 당시 범죄자로 몰린 박 전 경정이 권력 실세 1위가 정 씨 전처 최순실 씨임을 폭로함에 따라 이 사건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촛불 시위가 일어나기 2년 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실상이 밝혀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검찰을 동원해 치부를 막으려고 애썼던 박근혜 정부가 그 때문에 오히려 몰락을 자초한 것은 역사가 주는 냉엄한 교훈이다.

무고한 사람의 죽음을 무릅쓰고라도 권력의 비위를 맞춘 정치 검찰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정윤회 문건' 수사는 검찰 개혁이 왜 시급한 국정과제인지, 권력의 충견으로 전락한 검찰이 나라를 어디까지 결딴낼 수 있는지 등을 총체적으로 입증한다. 법무부가 '정윤회 문건' 수사를 재수사하기도 전에 문책 인사를 단행한 것은 성급하게 보일 여지도 있지만, 검찰 물갈이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으로 평가하고 싶다. 기대를 모았던 '돈봉투 만찬' 사건의 감찰 결과가 비판을 받는 만큼 법무부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검찰 개혁을 본격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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