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현 도지사 권한대행이 참모진을 대동하고 경남도교육청을 방문한 것은 뜻밖의 일이다. 불통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다시피한 홍준표 전 지사의 독선과 아집으로 도와 교육청 간 기관 갈등이 날이 갈수록 고조돼온 터라 그게 정상적인 파트너십인데도 신선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박종훈 교육감을 예방한 류 대행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협력관 파견을 통한 명실상부한 협치를 주창함으로써 그 파급 효과가 전방위로 확산하지 않을까 주목된다.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 소통하는 법을 터득한다면 맺힌 매듭이 풀리는 것은 금방일 뿐만 아니라 지역교육의 백년대계에 큰 전기를 트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모처럼 드리워진 화합 기회를 어떻게 해야 극대화할 수 있을지 두 책임 당국자가 가슴을 열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도와 도교육청이 얼굴 붉히며 대립으로 치닫게 된 배경은 따지고 보면 단순하다. 그 하나는 홍 전 지사가 도정 우월주의에 안주한 나머지 지역 교육자치단체를 수평적 동반자로서 인정하는 것을 꺼렸기 때문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하나는 그런 기류가 만연한 탓으로 학교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일방적으로 끊어 급식대란을 초래한데서 빚어진 것이다. 이를 역순으로 분석해들어가면 해법은 간단하게 나온다. 많이 늦었지만 각계 의견을 두루 들어 참고해야 하고 네 탓 내 탓 하기 전에 서로 자기반성을 앞세워야 한다. 당연히 전시 위주의 과대선전은 배제돼야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내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원인제공자는 없어졌으므로 무상급식을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경남도는 그 고리를 잘라내는 것에서부터 소통의 선의를 선보이는 것이 옳다.

급하게 서둘 일은 아니라고 하나 류 대행이 진정으로 교육 선명성을 존중하고 협치를 돈독히 하고자 한다면 주어진 직권을 발휘해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와 관련해 경남도의회 또한 한 축의 핵심 당사자다. 도의회는 다수당 이점에 힘입어 도청에는 힘을 실어주는 대신 교육청을 궁지로 몰아넣은 전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도와 교육청 그리고 의회가 테이블에 마주앉아 협치를 얘기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진심 어린 소통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도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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