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밀양 남명리에 공사 한창
주민, 경관·환경훼손 우려…시 "모두 허가 받고 진행"
업자 "완공되면 좋을 것"

밀양 얼음골(천연기념물 제22호) 입구 산 중턱에 전원주택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밀양시민들은 경관을 해치고 환경 훼손 우려도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밀양 시내에 사는 한 시민은 "밀양 명승지인 얼음골이 바로 옆에 있는데 전원주택을 짓는다고 산을 파헤쳐 얼음골을 찾는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면서 "천연기념물에서 500m 이상 떨어져야 건축 허가가 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지난 2일 직접 사진을 찍어 제보했다.

8일 오전 얼음골 입구에 있는 전원주택단지 공사 현장에 가 봤다. 얼음골 입구는 두 군데인데, 얼음골 입구 팻말을 보고 진입해 오른쪽으로 산길을 오르면 얼음골 매표소에 도착하기 500m 전 위치에서 전원주택 공사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산길이 좁아 겨우 교행할 정도이고, 건축 자재들도 이 길로 날라야 한다.

남명리 얼음골마을 한 주민은 "전원주택은 3년 전부터 허가가 나서 짓고 있었다. 최근에 또 허가를 받은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사유지에 전원주택을 짓는 것은 자유다. 보기좋게 계획적으로 지으면 좋을 텐데, 난개발인데도 건축하니 걱정이 많이 된다"고 했다.

얼음골 옆 전원주택단지 공사 현장. /독자 제보

주민 몇몇은 이구동성으로 "전원주택에 살게 되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데, 큰비(태풍)가 오면 괜찮을지 아무도 모른다. 눈이 오면 오르는 산길이 응달이라 얼어서 불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다른 주민은 "관광지에 전원주택단지가 건립되는 사례는 많다. 단장면에도 많이 짓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고 반응했다.

밀양시 건축허가담당 관계자는 전원주택단지 허가 상황을 확인해줬다.

그는 "얼음골 근처 산내면 남명리 산15-2에 2015년 1차 단지 개발 허가가 났고, 2016년과 2017년에도 허가가 났다"고 했다. 허가를 신청한 개발 업자는 3~4명이며 부산·경남 지역 사람들인 것으로 추측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발 업자들은 시 안전재난관리과로부터 사전재해영향평가를 받았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대상이 되지 않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법 제재를 받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가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남명리 주민들이 전원주택 개발 업자들에게 제기했던 '오·폐수 마을하천 유입 문제' 민원도 해결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민원이 있었을 때 개발 업자들이 정화조와 개인 하수시설을 다 갖추기로 했고, 전원주택 터 안에 생태 연못을 만들어 1차로 오·폐수를 거르는 시스템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얼음골 옆 전원주택단지에는 현재 12동이 거의 완공됐고, 올해 20동 건축이 허가돼 공사를 하는 중이다.

한 개발 업자는 밀양시민들의 우려에 대해 "묵혀놓았던 땅에 전원주택을 짓게 됐다. 공사하는 동안엔 보기 안 좋겠지만 다 짓고 나면 미관상 좋다고 판단한다"고 양해를 부탁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