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환경 변화 개체수 증가 산란기 '예민'사람 공격도
동물 사체 처리하는 등 이점 상생법 찾는 데 머리 맞대야

최근 창원시내 한 아파트에서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했다. 까마귀가 산란기를 맞아 예민해진 탓이다.

지난달 31일 한 시민이 창원시청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 '까마귀가 출·퇴근 시간에 머리를 치고 가 섬뜩했다'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구청은 이날 경남야생생물보호협회와 아파트를 방문해 까마귀 서식 상태를 확인하고 문제가 되는 둥지를 제거했다.

경남야생생물보호협회 옥수호 회장은 "당시 사다리차를 동원해 까마귀 둥지 1개를 제거했고, 아직 20여 개가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시민은 "안 보이던 까마귀가 개체수가 늘더니 근래에 사람을 공격한다"며 "한번은 퇴근 시간에 인근 주민 여럿이 줄지어 걸어가는데 공격해 혼비백산한 적 있다"고 했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감천계곡에서 까마귀들이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과연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을까. 전문가는 번식 시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까마귀는 3월 하순∼6월 하순 알을 낳는다.

조류전문가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알일 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부화해서 키우는 상황이면 굉장히 공격적으로 변한다"며 "이런 행동을 모빙(mobbing)이라고 하는데, 집단 방어 행동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예전에는 산 속에 살던 까마귀가 최근 서식환경 변화 등으로 도심으로 많이 진출해 있다"고 덧붙였다.

까마귀가 늘면서 야생생물보호협회가 바빠지고 있다. 창원 의창구·진해구 등에서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협회는 도심지에 까마귀가 늘어나는 이유로 '시야 확보'를 꼽았다.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고 최근에는 10m에 가까운 조경수가 심어지면서 까마귀가 둥지를 틀기 좋다는 것이다.

옥 회장은 "한 달 사이 둥지를 제거하거나 구조한 까치·까마귀가 20여 마리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옥 회장은 "까마귀가 유해벌레, 하천가 썩은 동물 사체 등을 처리하기 때문에 무조건 제거하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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